직장 내 괴롭힘 처벌규정 신설 등 제도개선 권고키로
인권위 "소비자 등 제3자 괴롭힘으로부터 근로자 보호해야"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 갑질'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진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소비자 등 제3자에 의한 외부적 괴롭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권고를 내놨다.

인권위는 이달 21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피해근로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권고의 건'을 의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소비자 등 제3자에 의한 '외부적 괴롭힘'에 대해 피해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인권위는 "현행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를 사업장 내 사용자와 근로자로 한정해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며 "괴롭힘 행위자가 소비자나 원청 관계자, 회사 대표의 친인척 등 제3자일 경우에도 사용자가 피해 근로자에 대해 보호조치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일 회의에서 박찬운 상임위원은 "최근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 갑질'을 당하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보다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상철 상임위원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회사를 위탁 운영한다고 보면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원의 원청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서 괴롭힘 행위자를 사용자와 근로자로 한정하는 것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4인 이하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도 판단했다.

인권위는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가해자와 피해자 간 접촉이 번번해 괴롭힘 문제가 더 심각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 적용에 4명 이하 사업장이 배제돼 있다"며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을 4인 이하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통과 당시 논란이 됐던 가해행위자 처벌규정도 신설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로 했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경우 사용자가 이를 즉시 조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은 따로 두지 않았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최초로 입법화되는 점 등을 고려해 처벌보다는 사업장 내 자율적 시스템으로 규율해나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규정을 명문화했지만 이를 위반한 행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며 "규범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처벌 규정과 의무 위반 사업주에 대해 제재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