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서 과반 점한 여권이 해임안 의회 통과 막아
코로나19에 마피아 석방했다 해임위기 몰린 伊 법무 기사회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와중에 중량급 마피아 출신 죄수 석방 논란을 불러 해임안이 상정된 이탈리아 법무부 장관이 기사회생했다.

이탈리아 상원은 20일(현지시간) 표결을 통해 야권이 상정한 알폰소 보나페데 법무장관 불신임안 2건을 모두 부결했다.

각각 160대 131표, 158대 124표였다.

보나데페 장관은 코로나19가 무섭게 퍼지던 지난 3월 과밀 교도소 내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지병을 앓는 70세 이상 수용자에 한해 판사 허가를 얻어 가택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을 입안·공표했다.

교도소 내 바이러스 유입을 막고자 가족 면회를 금지한 당국의 조처에 항의해 전국 일부 교도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동이 발생한 직후 나온 행정명령이었다.

그런데 이 행정명령으로 살인 등의 중범죄를 저질러 장기 복역 중이던 마피아 출신 죄수 376명이 석방된 것으로 드러나 거센 논란을 불렀다.

이런 가운데 보나페데 장관이 2018년 마피아 전담 수석검사인 니노 디 마테오를 법무부 산하 교정본부 책임자로 앉히려다가 마피아 조직 보스들의 반발로 철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마피아 유착설까지 부상했다.

이에 극우정당 동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보나페데 장관의 직무 수행이 더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지난 7일 불신임안을 상정했다.

코로나19에 마피아 석방했다 해임위기 몰린 伊 법무 기사회생
현지 정가에서는 이번 상원 표결을 연립정부의 미래를 가늠하는 잣대로 보고 그 결과를 주목했다.

총 321석인 상원은 이탈리아 연립정부를 이끄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106석)과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36석), 마테오 렌치 전 총리를 중심으로 민주당 탈당파들이 세운 이탈리아 비바(17석) 등 3당이 과반을 살짝 넘는 의석을 점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의 정책 기조를 놓고 다른 연정 파트너들과 갈등을 빚은 이탈리아 비바가 연정 대오에서 이탈해 야권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정국이 조성됐다.

이탈리아 비바가 끝내 보나페데 장관 불신임안에 찬성표를 던질 경우 작년 9월 닻을 올린 연정이 다시 총체적인 위기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연정을 이끄는 주세페 콘테 총리를 비롯해 여권 핵심 인사들도 표결을 앞두고 연정 붕괴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탈리아 비바를 압박했다.

이번 연정 위기는 결국 이탈리아 비바가 표결 직전 연정 파트너들과 보조를 맞추기로 결정하며 가까스로 해소됐다.

다만, 코로나19 위기 대응 등을 둘러싼 연정 내 불협화음은 여전해 불안한 정국 상황이 당분간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