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440차 수요시위 "피해자들에 송구…설립 원칙에 충실하고 시민과 호흡하겠다"
정의연 "전시 성폭력 국제의제화 운동의 대의 무너져선 안돼"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회계 부정 등 자신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위안부 피해자 운동의 의의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20일 정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천440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입장문을 내고 "그간 정의연와 함께 해준 전 세계 시민들과 피해자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이 운동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국내외 시민들, 활동가들, 피해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겸허히 듣고 가슴에 새겨 정의연 설립의 원칙과 정체성에 더 충실하면서도 시민들과 더 가까이 호흡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미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외부 회계감사를 공식 요청한 상태이고, 이후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며 공익성·전문성·투명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최전선에서 전쟁범죄, 전시 성폭력, 성노예제 문제를 국제적으로 의제화하고 보편적 인권 문제로 만드는데 기여한 이 운동의 역사와 대의가 참담하게 무너지게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윤정옥, 한국염 씨 등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서 초기부터 활동한 활동가·연구자들은 이날 배포한 별도 입장문에서 "할머니들은 수동적인 피해자로 머물지 않고 활발한 인권운동가가 되었다.

정대협의 재정이 피해자 생활 지원에 전부 쓰이지 않았다는 비판은 할머니들을 오히려 서운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회계 부정이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정대협이 지원금 수령 거부를 종용했다는 등 의혹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잘못된 점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하겠지만 근거 없는 비판과 매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시민 70여명이 모였다.

시민들은 대체로 무거운 표정이었으나 참석자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힘내라"는 등 큰 소리로 응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최근 정의연과 정대협과 관련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이날 수요시위가 열린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는 60여명의 취재진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반일동상진실규명공대위 등 보수단체는 인근에서 맞불집회를 열었고, 수요시위에 반대하는 유튜버 여러 명도 시위 현장을 방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