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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탁의 탁견] 다시 들여다본 10년 전 '해커 방북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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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여년간 천착해온 북한핵 문제가 중대 갈림길에 설 때마다 꼭 살펴보는 미국쪽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그프리드 해커와 존 볼턴 입니다.

    볼턴이야 얼마 전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사람으로 유명하죠,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미국 보수 세력의 북핵 인식을 알아볼 때 꼭 점검해야 하는 그런 인사입니다.

    반면 북한을 이해하는 미국 내 동향을 짚어볼 때는 해커 박사의 말과 글을 잘 살펴야 합니다.

    북한의 대서방 핵 연결고리라고나 할까요.

    1943년생인 해커 박사는 제너럴모터스 연구소 금속공학연구원을 지내다 '인류 최초의 핵 개발 프로젝트(맨해튼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소장을 1986년부터 97년까지 지낸 분입니다.

    스탠퍼드대 금속공학과 교수로 핵무기 전문가로 유명합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기에 해커 박사를 평양으로 불러 민감한 내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북한 핵 문제가 국제사회의 이슈로 부각되던 때인 2004년 1월 북한은 해커 박사 일행을 영변 핵시설로 초청했습니다.

    그곳에서 북한 당국자들은 유리병 속의 플루토늄을 보여줬습니다.

    그 직후 해커 박사는 북한 외무성 김계관 부상과 이근 북미국장을 만났는데, 그들은 "평양은 이제 핵 억제력을 가졌다"고 했다고 합니다.

    '핵 억제력' 존재를 미국 당국에 전달해달라는 뜻입니다.

    이후 미국은 이라크와 달리 북한과는 협상을 선택합니다.

    바로 6자회담입니다.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 직후에도 다시 해커 박사는 평양에 들어갔습니다.

    6자회담의 성과가 이어지던 2008년 2월에 방북한 해커 박사를 통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해체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뒤 4개월 만에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습니다.

    하지만 화려했던 '비핵화 이벤트'를 끝으로 6자회담은 '검증의 고비'를 넘지못하고 사실상 좌초해버렸습니다.

    2004년 이후 해마다 평양을 찾았던 해커 박사는 방북 이후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보고서가 2010년 11월 북한 당국의 초청으로 영변을 방문한 뒤 스탠퍼드대 웹사이트에 올린 8쪽 분량의 보고서였습니다.

    북한 경수로와 우라늄 농축시설을 직접 보고 쓴 보고서의 파장은 엄청났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생산 능력만이 알려졌을 뿐, 우라늄농축 시설에 관해선 확인된 사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해커 보고서는 "고작 몇 개의 원심분리기를 볼 것이라는 예상했지만, 1000개 이상의 원심분리기가 가지런히 정렬돼 있었다"고 현장을 묘사했습니다.

    "제어실 뒷면에는 작동 수치를 나타내는 LED 패널이 있었고, 컴퓨터 통제장치 들이 가동되고 있었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이어집니다.

    "매우 현대적이며 깨끗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원심분리기는 쉽게 말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하기 위한 필수 장비입니다.

    보고서는 "2000여개의 원심분리기를 이렇게 빨리 구축할 수 있었던 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며 현재 '이 시설들이 실제로 가동되고 있느냐'고 물어보자, 북한 책임자는 단호하게 '그렇다'고 답변했다"고 했습니다.

    핵무기 1기 만드는 데 농축도 90%의 HEU 25kg 정도가 들어가는데, 해커 박사는 이 정도 시설이면 연간 2기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대목을 추가합니다.

    "이 시설과 같거나 더 큰 용량을 가진 고농축 우라늄 제조시설이 별도의 장소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우라늄 농축기술의 군사적 잠재성은 매우 심각"하며 "미국은 이를 수수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게다가 미국이 영변의 우라늄농축시설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불가능(out of the question)"이라고 적시했습니다.

    은밀한 장소에 숨겨놓을 경우 이를 파괴하기 어렵다는 뜻일 겁니다.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HEU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현대적인 시설'을 공개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영변 이외의 다른 장소에 이런 시설이 또 있다니요,그야말로 미국 정부를 충격에 몰아넣고 말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 협상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합니다.

    그게 2011년 12월 17일입니다.

    그 와중에도 북한과 미국은 그 이듬해 협상을 해서 '2.29 합의'에 서명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영양지원(식량지원)을 하고 대신 북한은 핵시설 동결을 하는 내용이었는데, 북한이이후 '로켓(미사일) 발사'를 하면서 없던 일이 돼버렸습니다.

    '해커 보고서'의 충격은 그대로 진행형입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었습니다.

    모두 영변 핵시설을 매개로 역사적인 대합의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허무하게 결렬된 것을 생생하게 기억할 겁니다.

    그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영변 이외의 핵시설"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는데, 바로 이 대목이 해커 보고서와 직결되는 겁니다.

    강경파 볼턴은 9년 전 해커가 직접 보고 온 시설들을 직접 확인하려 했던 것입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9일 최근 비밀해제된 미국 외교문서를 입수해 2010년 해커 보고서가 나온 뒤 워싱턴의 혼란스러운 기류를 전했습니다.

    영변에 고농축 우라늄 농축시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당혹스러워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해커 보고서가 나온 지 벌써 10년 입니다.

    그 사이 북한의 핵 능력은 더욱 고도화됐습니다.

    미국은 과연 핵을 손에 쥐게 된 북한을 어찌할까요.

    10년의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습니다.

    2018년 9월 해커 박사는 연세대 새천년관 대강당에서 특별강연을 했습니다.

    해커 박사는 '협상과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궁극적인 비핵화를 이뤄내기까지 (최소) 10년의 세월이 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10년 후 한반도는 어떤 모습일까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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