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방역이 곧 외교다
과테말라는 마야문명과 질 좋은 커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전쟁 때 우리에게 물자를 지원한 고마운 국가이자, 중남미에서 네 번째로 많은 동포가 살고 있는 나라다. 온화한 기후 덕에 ‘영원한 봄의 나라’로도 불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면서 과테말라 정부는 지난 3월 16일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모든 국경과 주(시·도) 간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생활이 곤궁해진 사람들이 색색의 깃발을 집 밖에 내걸거나 몸에 지니고 구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흰색은 식량 부족, 빨간색은 의약품 부족, 검은색은 가정폭력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정부의 이동제한 조치가 길어질수록 경제적 압박을 받는 사람은 더 늘어날 것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 중이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협력과 연대는 점점 튼튼해지고 있다. 과테말라도 한국의 대응과 전략, 방역 물품 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페드로 브롤로 과테말라 외교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대응 사례를 적극적으로 배워나가겠다고 했다. 이곳 보건부 전문가들은 4월 21일 우리 정부가 개최한 ‘한·중남미 코로나 대응 웹 세미나’에 참여해 방역당국 간 경험을 공유했다. 과테말라 기업인과 경제단체들도 정부의 방역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민간단체인 사회발전재단의 바이스 회장은 우리 기업이 생산한 진단키트를 세 차례(45만달러 규모)에 걸쳐 구입해 정부에 기증했다.

과테말라에 거주하는 7000여 명의 동포와 170여 개 우리 기업도 민간 차원의 연대와 협력에 나서고 있다. 동포들은 한인회가 주축이 돼 모금운동을 하고 있으며 진출 기업들은 마스크와 티셔츠를 만들어 기증하거나 생필품, 손세정제 등을 구입해 내무부, 보건부, 경찰청, 이민청 등에 기증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한국과 과테말라 양국 간 관계를 더욱 증진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과테말라 국민은 한국의 효율적인 보건·의료 체계와 방역·치료기술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양국 간 협력이 확대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특히 브롤로 장관은 한국 기업인들이 투자와 영업활동을 위해 입국을 희망한다면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코로나19 퇴치 이후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한국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올해 과테말라에서는 양국의 미래 세대가 서로를 잘 이해하고 보다 깊은 유대감을 느끼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부터 200만 명이 넘는 과테말라의 초등·중학생들이 한국의 문화와 경제 발전, 흥부놀부 등 전래동화 네 편과 단군 신화가 수록된 교과서로 공부한다. 3월부터는 공립 초등학교 네 곳에서 한글과 태권도를 정식 과목으로 교육하고 있다. 한국과 과테말라가 평화와 번영의 동반자로서 더 가까운 사이가 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