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예상은 했지만, 진짜로 썰렁하니까 마음이 '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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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대구FC의 2020시즌 K리그1 홈 개막전이 열린 16일 DGB대구은행파크. 경기장 인근의 카페 주인 A씨는 '무관중 현실'에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다.

지난 시즌 개장한 DGB대구은행파크는 K리그의 보석과 같은 구장이다.

1만2천여석의 아담한 크기, 축구 보기 딱 좋은 쾌적한 설계 등 숱한 '매력 포인트' 중 단연 가장 빛나는 것은 '입지'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새 구장으로 떠나면서 침체하던 시민운동장 인근 지역에 DGB대구은행파크가 들어서면서 상권이 되살아나는 효과를 가져왔다.

DGB대구은행파크는 프로축구와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모범이 됐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무관중으로 시즌이 시작되면서 경기장 주변은 다시 한산해졌다.

대구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평소보다 두세 배 많은 손님으로 붐볐던 인근 카페와 음식점은 매우 조용한 모습이었다.

카페 주인 A씨는 "무관중 경기가 아니었다면 홈팬, 원정팬 할 것 없이 줄을 섰을 텐데…"라면서 "돈을 유독 많이 쓰고 가는 수원 삼성 원정 팬들이 특히 그립다"고 말했다.

늘 만원 관중이었던 경기장은 썰렁하기만 했다.

지난 시즌 경기장 모서리 부분에 위치한 게이트는 철망으로 돼 있어 입장권을 못 구한 열혈팬들이 모여 경기를 보곤 했다.

'무단 관람' 행위이지만, 구단은 흥행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해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에서 푸른색 천으로 철망을 막아버렸다.

대구 시민의 시선이 집중됐던 홈경기는 이제 꽉 닫힌 문 너머에서 치러진다.

TV 중계 말고는 볼 방법이 없다.

DGB대구은행파크가 불과 개장 1년 만에 맞은 엄혹한 현실이다.

그러나 대구 선수단과 프런트는 경기장에 팬들이 없어도, 팬들의 마음만큼은 함께하고 있다고 믿는다.

경기장 마련에 온 힘을 다했던 조광래 대구 대표이사에게 텅 빈 관중석을 보는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그는 진한 경상도 사투리로 '버럭' 했다.

"무슨 소리 하십니꺼! 팬분들 다 들어 와있다 아입니꺼!"
관중석에는 팬들이 하나하나 직접 사인한 깃발 1만개가 꽂혔다.

늘 경기장을 찾던 1만여명의 팬이 여전히 대구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다.

대구는 코로나19에 가장 큰 피해를 본 도시다.

지역 기업과 메인스폰서인 DGB금융그룹의 극복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도 곳곳에 설치됐다.

시민의 마음으로 들어가려는 대구FC의 노력은 코로나19의 위기를 맞은 2020시즌 더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