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 갈리는 극단적 평가에 "다양한 감상이 가장 큰 상"
'인간수업' 진한새 작가 "끔찍한 현실 반추하는 기회 됐으면"
"어떤 작품에 대해 한 가지 시선만 존재한다면, 그건 분명히 뭔가가 단단히 잘못된 것이겠지요.

(작품 자체를 거부하는) 그러한 종류의 감상에도 지나칠 수 없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14일 서면으로 만난 진한새(36) 작가는 자신이 극본을 집필한 넷플릭스 '인간수업'에 쏟아지는 극단적인 평가에 대해 "작품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상은 다양한 평가와 감상"이라며 이렇게 답했다.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은 올해 최고의 '문제작'으로 꼽힌다.

드라마는 고2 남학생이 성매매 '포주'라는 도발적인 설정에서 출발한다.

국내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소재에 과감하게 도전한 점, 청소년이 범죄에 빠져드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반면 최근 이슈화된 'n번방' 사건 때문에 '가해자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왜 필요하냐' 같은 반응도 낳고 있다.

진 작가는 "'n번방' 사건이 보도됐을 때 나 또한 해당 소식을 접한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비록 허구의 이야기에 불과하나 가능하다면 '인간수업'이 이러한 끔찍한 현실에 대해서 반추할 기회를 마련하는 데에 미력하게나마 기여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수업' 진한새 작가 "끔찍한 현실 반추하는 기회 됐으면"
'인간수업'은 진 작가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한 학생이 차를 세워놓고 친구들에게 담배를 파는 모습을 목격한 데서 출발했다.

권태로운 표정으로 담배 판 돈을 세고 있던 학생의 모습은 진 작가에게 '나와 다른 세상을 사는 아이'처럼 보여 뇌리에 깊게 남았다고 한다.

이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직적 범죄와 그 주범이 고등학생이었다는 기사를 여러 건 접하면서 '인간수업' 대본이 탄생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오지수(김동희 분)는 성 구매자와 판매자를 알선하는 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

모바일과 디지털의 시대, 성매매 '포주'가 소위 하나의 '플랫폼'으로 외주화되는 과정이 현실감 있게 묘사된다.

진 작가는 "겁이 많아 현장 취재는 일절 시도하지 않았다"면서 "범죄와 관련된 기술적 설정들은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에 상상을 더해 짜나간 실제로 있을 법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지수의 모순된 행동의 의미, 작가의 의도 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해석은 시청자들의 몫"이라며 양해를 부탁했다.

다만 오지수가 왜 성매매에 빠져들게 되었는지, 그의 과거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있었다고 밝혔다.

"사실은 지수가 성미 패거리와 엮이게 된 계기에 관한 과거의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이 부분에서 지수가 온라인 범죄에 가담하기 시작한 개연성도 드러납니다만, 분량 문제로 폐기된 내러티브입니다.

그 부분은 시청자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고 싶습니다.

"
시즌2 제작 가능성에 대해선 "경솔하게 포부부터 밝히기보다는 스케줄과 관련자 여러분의 입장을 비롯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내려야 할 결정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인간수업' 진한새 작가 "끔찍한 현실 반추하는 기회 됐으면"
'모래시계'를 집필한 스타작가 송지나의 아들이기도 한 진 작가는 '올해 최고의 문제작'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작품으로 장편드라마 데뷔를 한 데 대해 "도발을 의도하고 작업한 작품은 아니라 조금은 얼떨떨하다"고 밝혔다.

"드라마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선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대학원을 중퇴한 것이 가장 현실적인 계기였습니다.

건축디자인이 전공이었는데 제가 재능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도 뭔가는 해야 먹고 사니까, 그나마 이해도가 있었던 이 분야를 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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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드라마를 많이 본다던 그는 좋아하는 작품으로 미국 HBO의 '식스 피트 언더'를 꼽았다.

한국 드라마는 tvN '미생', 영화감독으론 쿠엔틴 타란티노와 봉준호의 팬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에는 비디오 게임들이 내러티브가 굉장히 좋다"며 게임사 너티 독의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등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특별히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고요.

가능하다면 다양한 세대의 이야기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항상 지식이 부족해 좌절하곤 합니다.

특히 호러 장르에 관심이 많은데, 알면 알수록 어려운 분야라는 사실만 확인하게 되네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