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 "당대에 맞게 과감하게 수술"…14~24일 국립극장서 '거리두기 좌석제' 공연
현대적 색깔로 돌아온 춘향이…국립창극단 '춘향'
'사랑가'의 한 장면. 이몽룡은 춘향의 저고리를 벗긴다.

젊은 시절 '춘향' 역을 맡았던 국립창극단 유수정 예술감독은 이 장면을 보며 "내가 했던 춘향과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춘향전' 공연에서 몽룡이 춘향의 옷을 벗기는 장면을 시연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통극에선 몽룡과 춘향이 손잡는 장면 정도만 용인됐다.

그만큼 이번 '춘향'의 연출이 파격적이었다는 얘기다.

전 국민이 다 아는 '춘향전'이 '춘향'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오는 14일부터 24일까지 열흘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영화 '서편제'에 출연했던 배우이자 연출가 김명곤이 연출을 맡았고, 유수정 예술감독이 작창했다.

유 예술감독은 음악적 섬세함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만정제 '춘향가'를 바탕으로 동초제, 보성소리에서도 소리를 가져와 특색 있는 소리를 짰다.

13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시연된 프레스 리허설만 봐도 '춘향'은 전통적인 '춘향전'과는 사뭇 달랐다.

전통 공연에선 춘향이 결혼서약서에 집착하지만, '춘향'에서 춘향은 결혼서약서를 "이따위 증서는 믿지 않는다"며 찢어버린다.

종이 문서보다는 자신의 선택을 믿는, 좀 더 주체적인 여성으로 변모한 것이다.

"한번 보자"는 이몽룡의 제안에는 "양반이 부르면 무조건 가야 하니?"라며 몽룡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다.

현대적 색깔로 돌아온 춘향이…국립창극단 '춘향'
김명곤 연출은 "춘향은 이미 200~300년 전 이야기인데, 당대 청춘 남녀가 스토리와 두 인물에 어떻게 하면 공감할 수 있을까에 맞춰서 각색의 방향을 잡았다"며 "고전 춘향전의 아름다운 선율은 최대한 살리되 스토리와 인물 설정은 과감하게 수술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전통 춘향전은 이몽룡이 놀러 가는 장면부터 시작하지만 '춘향'은 춘향이 놀러 가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극의 포커스가 이몽룡에서 춘향으로 옮겨간 것이다.

여기에 몽룡이 과거급제까지 걸린 시간이 기존 수년에서 수개월로 압축됐다.

이에 따라 극의 템포도 빨라졌다.

김 연출은 "춘향과 몽룡의 사랑 이야기는 두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수많은 민중이 꿈꾸는 사랑"이라고 소개했다.

유수정 예술감독은 "30년 전 제가 했던 춘향과 지금의 춘향을 비교하면 완전히 다르다.

우선 극의 스피드가 빨라졌고, 소리에도 템포감을 줬다.

관객도, 시대도 변하니까 극도, 소리도 변한 거다.

나 때는 춘향이 저고리를 벗는 장면이 있을 수 없었다.

요즘 사람들도 보고 공감할 수 있는 연출이다"고 말했다.

현대적 색깔로 돌아온 춘향이…국립창극단 '춘향'
국립창극단 메인 배우인 김준수가 이몽룡을, 이소연이 춘향을 연기한다.

객원인 김우정도 춘향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이소연은 창극 '춘향'(2010),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2014)에 이어 세 번째로 춘향에 낙점됐다.

김우정은 신인으로 이번에 처음 춘향을 연기한다.

이소연의 소리는 좀 더 높은 음역에서 명확하고, 내리꽂는 힘이 강했다.

김우정의 소리는 이소연에게 견줘 더 탁했지만, 힘은 더 있었다.

관객의 취향에 따라 골라서 보면 될 듯하다.

공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일환으로 좌석 띄어 앉기가 시행된다.

관람료 2만~5만원, 150분(인터미션 15분 포함), 8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