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남성도 아닌 그저 '나'이고 싶은 아이…'톰보이'
곱상한 외모에 짧은 머리카락. 이차 성징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여자의 신체를 가진 아이. 성별을 한눈에 알기 쉽지 않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톰보이'는 성별과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내가 되고 싶을 뿐인 열 살 미카엘(또는 로레)의 성장 이야기다.

지난해 개봉해 큰 주목을 받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연출한 셀린 시아마 감독의 2011년 작이다.

그동안에는 정식 개봉되지 않았다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흥행으로 뒤늦게 개봉한다.

분홍색보다는 파란색을 좋아하고 축구를 끝내주게 잘하며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소녀 로레(조 허란)는 여름방학을 맞아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한다.

가장 처음 인사를 건넨 친구 리사(진 디슨)에게 로레는 자신을 남자 이름인 미카엘이라고 한다.

리사는 다른 친구들에게 로레를 소개하고, 새 친구들은 성별을 파악하기 힘든 로레의 외모만 보고 남자아이라고 믿게 된다.

로레는 뛰어난 축구 실력으로 친구들을 사로잡고, 수영복을 잘라 남자 수영복으로 만들고 찰흙으로 남성 성기 모양을 흉내 내는 등 계속 남자아이 행세를 한다.

어느 날 로레의 사랑스러운 여동생 잔(말론 레바나)이 언니의 비밀을 알게 되지만, "난 오빠가 있는데 언니보다 더 좋은 것 같아"라는 말로 그 비밀을 지켜준다.

여성도, 남성도 아닌 그저 '나'이고 싶은 아이…'톰보이'
영화는 생물학적인 여성의 몸으로 남자아이 행세를 하는 로레를 통해 남성성과 여성성을 구분하는 잣대에 의문을 제기한다.

로레는 남성이나 여성, 한쪽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지키고 싶은 것뿐이다.

이런 로레도 거울 앞에서 자신의 벗은 몸을 보며 고민에 빠지곤 한다.

친구들이나 부모님으로 대표되는 사회가 규정하는 성 정체성과 자신이 만들어가는 정체성이 충돌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여성도, 남성도 아닌 그저 '나'이고 싶은 아이…'톰보이'
로레의 비밀이 들통나고 로레에게 여성성이 강요되는 방식은 꽤 폭력적이다.

부모는 억지로 원피스를 입히고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라며 로레를 배척한다.

이런 묘사를 통해 영화는 사회가 한 개인의 남성성 또는 여성성을 규정하는 방식을 비판한다.

그리고 이 묘사는 관객 개인의 어린 시절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어릴 적 남성으로서 또는 여성으로서 성 역할을 강요받기 시작했던 경험, 또는 아이들 사이에서 성별만으로 모든 것이 구분 지어진 경험 등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성별을 알아보기 어려운 조 허란의 캐스팅이 압권이다.

때론 소년으로, 때론 소녀로 보이는 조 허란의 얼굴은 영화에 큰 생명력을 부여한다.

시아마 감독은 영화 제작비도 마련되기 전 조 허란을 보고 단번에 주연으로 발탁했다고 한다.

여성도, 남성도 아닌 그저 '나'이고 싶은 아이…'톰보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