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적용 땐 '자발적 이직자'도 실업수당 받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최종석의 뉴스 view - 고용보험 확대 논란
자발적 퇴직 때 실업급여 못받는 근로자와 형평성 논란
특고, 취업·이직 잦은데도 수당 지급…도덕적 해이 우려
재정 부담 눈덩이처럼 불어날 듯…소득파악 비용도 부담
최종석 경제부 전문위원
자발적 퇴직 때 실업급여 못받는 근로자와 형평성 논란
특고, 취업·이직 잦은데도 수당 지급…도덕적 해이 우려
재정 부담 눈덩이처럼 불어날 듯…소득파악 비용도 부담
최종석 경제부 전문위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고용보험 확대를 위해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일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언급하자 민주당이 보조를 맞춰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밝혔으며, 11일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년부터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와 예술인들이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정은 국회에 계류 중인 고용보험법을 조속히 개정해 전 국민 고용보험의 시동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그 첫 번째가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 등의 고용보험 가입이다. 당정은 특히 현재 임금근로자 중심의 고용보험에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을 의무가입시킬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 거론하는 제2의 고용보험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을 현재의 고용보험 테두리에 넣으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것은 이들의 성격 때문이다. 특고 종사자는 보험설계사, 레미콘 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신용카드 모집인 등을 가리킨다. 예술인은 악단이나 무용단 등과 계약을 맺고 예술활동을 하는 음악가, 무용가, 화가 등이 대상이다.
이들은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의 중간지대에 있다. 특정 사업주와의 계약에 따라 일하고 대가를 받는다는 점에서는 근로자와 비슷하지만, 일하는 과정에서 사업주의 지휘 또는 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자영업자와 비슷하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고용보험의 가입 대상도 아니었다. 다만 노동계의 오랜 요구에 따라 2008년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부터 산재보험이 적용되고 단계적으로 확대 중이다. 특고 종사자의 규모는 연구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정부는 대략 50만 명으로 보고 있다.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 등의 고용보험 가입에 대해서는 일반 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먼저 거론된다. 일반 근로자는 해고, 구조조정과 같은 비자발적 사직의 경우에만 실업급여가 지급된다.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실업급여는 월평균 보수의 60%를 연령 등에 따라 120~270일간 지급한다.
하지만 특고 종사자는 일반 근로자에 비해 이직이 자유롭다. 소득이 조금만 줄어들어도 이직하겠다며 실업급여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이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이유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특고 종사자는 비자발적 사유에 의한 이직이 5.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당정이 올해 통과시키려는 법안은 특고 종사자의 경우 일반 근로자와 달리 자발적, 비자발적 이직 여부를 따지지 않고 실업급여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특고 종사자 등이 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들어오게 되면 고용보험의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대란으로 고용보험기금의 고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를 보충하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일반 근로자와 사측이 내년 고용보험료(급여의 각각 0.8%)를 인상하거나 정부가 재정으로 메우는 것이다.
특고 종사자는 소득을 파악하기가 어려워 행정 비용도 늘어날 판이다. 일반 근로자는 근로복지공단으로만 급여 파악이 가능하다. 하지만 특고 종사자는 국세청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여의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근로복지공단 직원은 현 정부 들어 업무 증가로 2016년 5613명에서 현재 7726명으로 37.6% 늘어났다.
소득 노출을 꺼리는 특고 종사자의 가입 기피도 넘어야 할 산이다. 2016년 8월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는 특고 종사자 가운데 28.3%가 고용보험 가입을 희망하지 않는다. 2017년 보험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보험설계사의 16.5%만이 고용보험 가입에 찬성했다.
당정의 고용보험 확대 가속 페달은 ‘과속’의 양상을 띠고 있다. 정부가 지나치게 앞장서 고용보험 적용 확대에 나서는 바람에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 협상에서 노동계를 설득할 카드를 스스로 써버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근로시간 유연화, 임금 동결 또는 삭감 등 경영계의 요구가 들어설 자리는 아예 없어지고 있다.
jsc@hankyung.com
하지만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을 현재의 고용보험 테두리에 넣으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것은 이들의 성격 때문이다. 특고 종사자는 보험설계사, 레미콘 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신용카드 모집인 등을 가리킨다. 예술인은 악단이나 무용단 등과 계약을 맺고 예술활동을 하는 음악가, 무용가, 화가 등이 대상이다.
이들은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의 중간지대에 있다. 특정 사업주와의 계약에 따라 일하고 대가를 받는다는 점에서는 근로자와 비슷하지만, 일하는 과정에서 사업주의 지휘 또는 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자영업자와 비슷하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고용보험의 가입 대상도 아니었다. 다만 노동계의 오랜 요구에 따라 2008년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부터 산재보험이 적용되고 단계적으로 확대 중이다. 특고 종사자의 규모는 연구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정부는 대략 50만 명으로 보고 있다.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 등의 고용보험 가입에 대해서는 일반 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먼저 거론된다. 일반 근로자는 해고, 구조조정과 같은 비자발적 사직의 경우에만 실업급여가 지급된다.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실업급여는 월평균 보수의 60%를 연령 등에 따라 120~270일간 지급한다.
하지만 특고 종사자는 일반 근로자에 비해 이직이 자유롭다. 소득이 조금만 줄어들어도 이직하겠다며 실업급여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이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이유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특고 종사자는 비자발적 사유에 의한 이직이 5.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당정이 올해 통과시키려는 법안은 특고 종사자의 경우 일반 근로자와 달리 자발적, 비자발적 이직 여부를 따지지 않고 실업급여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특고 종사자 등이 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들어오게 되면 고용보험의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대란으로 고용보험기금의 고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를 보충하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일반 근로자와 사측이 내년 고용보험료(급여의 각각 0.8%)를 인상하거나 정부가 재정으로 메우는 것이다.
특고 종사자는 소득을 파악하기가 어려워 행정 비용도 늘어날 판이다. 일반 근로자는 근로복지공단으로만 급여 파악이 가능하다. 하지만 특고 종사자는 국세청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여의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근로복지공단 직원은 현 정부 들어 업무 증가로 2016년 5613명에서 현재 7726명으로 37.6% 늘어났다.
소득 노출을 꺼리는 특고 종사자의 가입 기피도 넘어야 할 산이다. 2016년 8월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는 특고 종사자 가운데 28.3%가 고용보험 가입을 희망하지 않는다. 2017년 보험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보험설계사의 16.5%만이 고용보험 가입에 찬성했다.
당정의 고용보험 확대 가속 페달은 ‘과속’의 양상을 띠고 있다. 정부가 지나치게 앞장서 고용보험 적용 확대에 나서는 바람에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 협상에서 노동계를 설득할 카드를 스스로 써버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근로시간 유연화, 임금 동결 또는 삭감 등 경영계의 요구가 들어설 자리는 아예 없어지고 있다.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