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영 바라캇콘템포러리 개인전 '공기를 두드려서' 내일 개막
평범한 사물이 낯선 조각이 되는 순간
나무 의자 두 개, 나무 조각들 위에 원형 유리판이 놓였다.

유리 위에는 주먹을 쥐거나 손가락이 꺾인 모양 도자와 구불구불 휜 도로 모양 조각이 있다.

테이블 형태 작품이지만, 테이블 다리와 테이블 위에 놓인 사물 구성은 혼란과 의문을 자아낸다.

벽면에는 적벽돌색 나무로 틀을 만든 유리 진열장이 걸렸다.

진열장 안에는 카키색 플라스틱 호두가 흩어져 있다.

유리장 안에 무언가를 보관하거나 전시하는 일상적인 상황 같지만, 가구와 내용물 조합이 낯설고 이질적이다.

종로구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12일 개막하는 정서영(56) 개인전 '공기를 두드려서'는 여러 사물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존하고 충돌하는 광경으로 가득 찼다.

평범하고 구체적인 사물이 색깔, 재질, 쓰임새, 환경에 따라 관계와 의미를 알 수 없는 낯선 존재로 다가온다.

그 안에서 관객은 팽팽한 긴장감과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서로 별다른 관계가 없는 것들을 한 장면으로 끌어들여서 파생되는 것에 대해 흥미로움이 있었다"면서 "우발적으로 만난 것들이 균형을 이루고 새로운 세계를 이루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작가는 스티로폼, 플라스틱, 스펀지, 합판 등 산업화 사회의 잉여물을 활용해 조각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라믹, 제스모나이트, 알루미늄, 유리, 천 등 더 다양한 재료로 조각 영역을 확장한다.

정서영은 현실 세계 논리로 이해하려는 시선에 제동을 걸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세계를 제시한다.

다만 직접 그 아이러니한 상황을 설명하고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그는 "어떤 논리나 개연성이 있고 스토리를 이야기해야 하는 작업이 아니다"라며 "일상적인 사물들이 스스로 형태를 완성한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세밀한 계획에 의해서가 아니라 조각 작업 중 어느 순간 완성된다, '0번'과 '1번'은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순간을 포착했다.

'피, 살, 뼈'는 'BLOOD', 'FLESH', 'BONE'이라는 세 단어를 먼저 정한 뒤 이를 나무 표지판에 세웠다.

'검붉은색, 그것'은 '피, 살, 뼈'를 만드는 실험 과정에서 나온 종이 기둥을 철재로 다시 제작한 것이다.

유진상 계원예대 교수는 "획일화된 의미 외에 다른 것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 예술가의 임무"라며 "정서영은 천편일률적으로 규정된 삶 속에서 굉장히 평범하고 단순해 보이는 사물을 응시하면서 완전히 다른 것을 찾아내 보여준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활발한 활동을 펼친 정서영은 2003년 제5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여했다.

국내에서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조각과 설치 외에 도자판 위에 문장을 새긴 세라믹 텍스트 드로잉과 영상 등 총 27점을 선보인다.

7월 5일까지.
평범한 사물이 낯선 조각이 되는 순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