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4.4→14.7%…"광의의 체감실업률 23%"
미국의 4월 고용시장은 '역대급' 기록을 남기게 됐다.
한달간 무려 2천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실업률은 10%포인트 치솟았다.
이번 충격과 비교가능한 유일한 시기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라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8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4월 고용보고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고용시장 충격파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첫 공식지표다.
완전고용을 자랑했던 미국의 고용시장은 하루아침에 곤두박질했다.
다만 실업자의 대부분이 '일시 해고' 상태라는 점에서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되는대로 상당 부분 일터로 복귀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 예고된 '일자리 쇼크'…체감실업은 더 높다
노동부에 따르면 4월 비농업 일자리가 2천50만개 줄었다.
4월 한달간 미국 전역의 경제활동이 거의 멈춰 섰다는 점에서 코로나19의 충격을 온전하게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서서히 본격화했던 3월에는 87만개 일자리가 감소한 바 있다.
지난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차곡차곡 늘린 일자리(약 2천280만개)가 순식간에 증발한 셈이다.
미국 일자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매달 20만개 안팎 증가세를 유지했다.
실업률도 3월 4.4%에서 4월 14.7%로 치솟았다.
월간 기준 집계를 시작한 1948년 이후 기존 최고치(1982년 10.8%)를 갈아치웠다.
대공황 시기 당시인 1933년에는 24.9%의 실업률을 기록한 바 있다.
미국 전역에 걸친 '재택 명령'으로 직격탄을 맞은 레저·음식점·유통 업종이 '해고 대란'을 주도했다.
레저 산업에서만 770만명, 요식업종에서 55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같은 '일자리 쇼크'는 예견된 것이기는 하다.
오히려 시장의 우려보다는 다소 양호한 측면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4월 일자리가 2천150만개 감소하고 실업률은 16%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상대적으로 실시간 고용지표로 꼽히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지난 7주간 3천350만건에 달했다.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집계에서도 4월 민간부문 고용은 약 2천24만개 감소한 바 있다.
실제 일자리 충격은 통계 수치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에 나서는 실직자에 대해서만 실업률 통계에 반영되는데, 경제적 셧다운 구조에서 구직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실직자들은 회사가 고용을 동결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지 않고 있다"면서 통계적 착시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거나, 파트타임 활동에 머무는 근로자까지 아우르는 광의의 실업률(U6)은 8.7%에서 22.8%로 거의 3배로 뛰어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아예 구직활동이 중단된 상황에서 체감적인 실업률은 23%에 이른다는 것이다.
◇ 실직자 10명 중 8명꼴 '일시해고'
취약계층일수록 그 충격파가 더 컸다.
인종별 실업률은 흑인이 16.7%, 히스패닉이 18.9%로 평균치보다 크게 높았다.
백인의 실업률은 14.2%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많은 유색인종일수록 코로나19 실직대란의 첫 희생양이 됐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 흑인 계층이 더욱 탄탄한 일자리 훈풍을 누렸던 것과는 달리,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흑인 실업률이 크게 하락한 것을 주요 국정성과로 부각해왔다.
고용시장이 얼마나 빨리 회복할 것인지 역시 코로나19 사태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전역이 서서히 경제활동 재가동에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완전하게 통제되기 전까지는 의미있는 경제활동 정상화가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경제분석 업체인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남아있는 상황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실업률을 되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된다면, 일자리는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
이번 실직자의 대부분이 일시적 해고 상태라는 점도 이러한 긍정적 해석을 뒷받침한다.
실직자의 78.3%에 달하는 1천810만명은 자신의 상태를 '일시 해고'(temporary layoff)로 분류했다.
영구적인 실직에 해당하는 비율은 11.1%, 200만명에 그쳤다.
이례적으로 높은 '일시해고 비율'은, 실직자 대부분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대로 일터로 되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일시해고 비율이 높을수록 가파른 일자리 회복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10년간 초장기 침체가 이어졌던 1930년대 대공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