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핵심' 전해철에 맞서 '통합·원팀' 강조…친문 당권파에 비주류도 흡수
"더이상 원내대표 도전없다"며 배수진…8월 전대 당권도전 세력간 전초전 성격도
김태년, 1차 투표서 이례적 과반…비주류 지지에 막판읍소 주효(종합)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얻은 것만큼 과반 득표는 이례적이다.

"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치러진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대한 한 의원의 평가다.

경선에서 김태년 의원이 전체 163표 가운데 82표로 딱 과반을 차지하며 1차에서 종료했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은 그보다 10표 적은 72표를 얻었다.

3위는 9표를 얻은 정성호 의원이었다.

당 안팎에서는 김 신임 원내대표가 결선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당선된 것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는 평이 쏟아졌다.

김 원내대표와 전 의원이 워낙 팽팽한 세 대결을 펼치면서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예상이었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와 가까운 김 원내대표는 신(新)친문, 이른바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가운데 한 명인 전 의원은 친문 핵심으로, 친문 그룹 내에서 포지션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둘 다 친문 주류로 대부분이 친문 성향인 163명 당선인의 표심이 분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터였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오히려 문 대통령과 더 가까운 거리를 강조한 전 의원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투표 결과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4선의 김 원내대표가 3선인 전 의원을 눌렀다.

몸을 낮춘 '배수진 읍소' 작전이 막판 현장 표심에 영향을 미쳤고, 당내 주류뿐 아니라 비주류 표 가운데 상당수가 김 원내대표에게 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27표 차로 고배를 마신 뒤 두 번째로 치른 이번 경선에서 당내 민심을 촘촘하게 훑으며 선거운동에 임했다.

다소 여유가 느껴졌던 지난 선거와 달리 이번에는 직접 당선인들을 만나기 위해 지방을 뛰어다녔고, 몸을 한껏 낮춰 "일할 기회를 달라"고 수차례 호소했다.

특히 이날 정견 발표 막판 준비된 원고 없이 약 1분 30초 동안 '배수진 읍소 전략'을 펼친 것이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더 저에게 원내대표 선거는 없다.

일하고 싶다.

일할 기회를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외쳤다.

이와 관련,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막판 절박한 외침을 통해 '정말 많이 겸손해졌고, 의견을 들어가면서 통합적으로 이끌겠구나'란 느낌을 재선 이상 의원들이 받아 표를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원내대표의 1차 과반 승리에는 당내 친문 당권파와 함께 비주류 의원들의 힘도 컸다는 평가다.

우선 김영진 전략기획위원장을 비롯해 백혜련 의원 등이 그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으로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에게 재야 운동권 출신 주축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86그룹 주축의 '더좋은미래' 소속 일부 의원들이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이 9표를 획득하는데 그친 것에 비추어볼 때 비주류 의원들의 표가 비교적 친문 색채가 덜한 김 원내대표에게 쏠린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 수도권 의원은 "애초 1차 투표에서 70여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 의원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달성한다는 대세론이 당 일각에서 나오면서 1차는 정 의원을 지지하려고 했던 표 일부도 김태년 의원에게 온 것 같다"면서 "그러면서 1차 과반이 만들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홍영표 의원을 비롯해 친문 핵심 모임인 '부엉이' 그룹이 전 의원을 도우면서 반대 진영의 결집을 가져왔다는 평가도 있다.

물밑에서 당권 경쟁 중인 우원식·송영길 의원은 이번에 김태년 의원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충청권 의원은 "친문 핵심이 '원내대표 전해철-당 대표 홍영표' 구도로 가면서 그 반대 진영이 이번에 김태년 의원으로 모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