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은 1958년 설립된 농업은행을 계승하는 상업은행이다. 증권, 보험 등의 금융업 전반을 영위하는 농협금융지주 산하 은행법인이다. 현재는 농협금융지주를 농협중앙회가 지배하지만, 농협과 농협은행의 뿌리는 같다. 그래서 농협은행의 역사는 한국 농업협동조합 운동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958년 농업은행이 모태농협은 20세기 격동의 한국 역사 속에서 성장했다. 농협 성립은 대한제국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7년 ‘지방금융조합규칙’ 칙령을 계기로 지방금융조합들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한·일 강제 병합을 계기로 지방금융연합회는 조선금융조합연합회로 명칭을 바꿔 명맥을 이어갔다.6·25전쟁 이후 자유당 정권은 농협법 입법화를 추진했다. 1957년 농업협동조합법과 농업은행법이 제정됐고, 1958년 농업은행이 설립됐다. 1961년 박정희 정부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선 농업협동조합과 농업은행을 다시 합병시켰다. 농협중앙회가 만들어져 농협이 은행업과 농업지원 사업을 모두 영위하게 됐다. 1980년대 민주화 시대, 농협에도 직선제를 도입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몰아쳤다.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환경이 급변하면서 농민을 지원하는 경제부문과 금융부문의 분리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농협은 오랜 연구 끝에 2012년 농협중앙회 사업을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로 분리하는 이른바 ‘신경분리’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때 농협은행도 농협금융지주의 자회사인 별도 법인으로 출범했다. 1961년 농업은행이 조합 내부로 흡수된 뒤 51년 만에 은행 법인이 다시 설립된 것이다. 농협은행은 다른 은행처럼 은행법이 아닌 특별법에 근거해 설립된 특수은행으로 분류된다.국내 자본 100% 민족은행농협은행은 100%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민족은행이다. 1100여 개의 전국 최대 지점망을 갖고 있다. 도·농지역 점포 비중이 다른 은행들에 비해 높다는 것도 자랑거리다.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지방자치단체 금고를 관리하는 ‘나라 살림 전문 은행’으로도 꼽힌다. 창출된 수익은 농업·농촌 지원사업으로 다시 환원하고 농심(農心)의 기본 가치를 국민과 함께 나눠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여는 게 목표다.농협은행은 1984년 은행신용카드 업무를 시작했다. 30여 년간 결제 및 디지털 금융 노하우를 축적했다. 1990년 중앙회 전 점포와 회원조합 간을 연결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온라인 전산망을 구축했다. 농협은행 출범 뒤에는 스마트 앱 개발에 적극 나섰다.2018년 말 내놓은 모바일 앱 NH스마트뱅킹은 ‘은행 간편금융의 집대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비밀번호 6자리만으로 모든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인공지능(AI)에 기반한 올원상담봇(챗봇), 음성뱅킹 기능을 넣고 패턴인증 등을 도입했다. 2018년 9월 베트남에서도 올원뱅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베트남 현지인을 겨냥해 계좌 잔액 및 거래 내역을 조회할 수 있고, 이체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현지인이 많이 사용하는 전자지갑 서비스도 붙이기로 했다.‘휴먼뱅크’로 도농 간 격차 해소농협은행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도농 간 격차를 해소하는 ‘휴먼뱅크’를 경영 목표로 삼고 있다. 농업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금융 교육 등 사회공헌사업을 적극 진행 중이다.농협은행은 2011년부터 7년 연속으로 은행권에서 사회공헌활동비 지출 규모가 가장 많았다.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농촌지역의 소외계층을 위한 어르신 말벗 서비스와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행복채움금융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금융회사라는 ‘특기’를 살려 행복채움 금융교실, 1사1교 금융교육, 모두레 어린이 경제·금융교실을 운영한다. 아동·청소년, 노인 등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농협은행은 ‘NH행복채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농업인과 혁신기업, 소외계층의 자립 및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에 총 42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게 목표다.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펀드 가입해보신 적 있으세요.”(농협은행 창구 직원) “아니요. 이번이 처음입니다.”(문재인 대통령)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에서 생애 최초로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데다 일본의 갑작스러운 수출 규제까지 겹쳐 코스피지수 2000선이 붕괴되는 등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던 시기였다.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로 선보인 신생 펀드에 대통령이 직접 힘을 보태면서 운용업계에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대통령을 뒤이어 각계 유명 인사들의 펀드 가입이 줄을 이었고 두 달여 만에 설정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이후 미·중 갈등이 완화되고 반도체 경기 반등론이 부각되면서 펀드 수익률까지 치솟았다. 설정액과 수익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한 ‘필승코리아 주식형 펀드’와 NH아문디자산운용은 2019년 운용업계 최고의 스타에 올랐다.부문별 고른 성장에 사상 최대 실적NH아문디운용은 국내 대표 금융그룹인 농협금융지주(60%)와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프랑스 아문디자산운용(40%)이 2003년 합작해 설립한 종합자산운용사다. 1조4000억유로(약 1850조원) 규모의 관리자산(AUM)으로 유럽 1위, 세계 10위에 올라 있는 아문디운용은 37개국에서 5000명 이상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올해로 창립 17주년을 맞는 NH아문디운용은 지난해 주요 부문별로 고른 성장세를 보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수탁액은 연초 대비 9조원(20.4%)가량 늘면서 역대 최대인 44조원을 넘어섰다. 수탁액 기준으로 국내 운용업계 7위다. 증가율로는 10대 자산운용사 가운데 가장 높다.주요 자산군별 수탁액 증가액은 △주식 1조1000억원 △채권 3조7000억원 △머니마켓펀드(MMF) 2조1000억원 △대체투자 1조6000억원 △해외투자 6000억원 등으로 균형 잡힌 성장세를 나타냈다.NH아문디운용 관계자는 “주식, 채권, 글로벌투자, 대체투자 등 4개 부문별로 각각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선임해 자율과 책임을 강화한 운용 시스템을 도입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올해도 인기몰이 나선 필승코리아펀드부문별로 살펴보면 주식 부문에선 필승코리아 등 주요 공모펀드의 성과가 돋보인다. 국내 첫 소·부·장 펀드인 필승코리아 주식형 펀드는 지난달 25일 누적 판매액 2000억원을 돌파했다. 설정 후 수익률도 5일 기준 17.55%에 달했다.지난달 10일에는 후속 펀드인 필승코리아 채권혼합형 펀드도 선보였다. 이 펀드는 소·부·장 산업 육성이라는 취지를 살리면서도 상대적으로 채권 편입 비중을 높여 원금 손실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주식과 채권 편입 비중은 각각 30%와 70%다. 주식은 모두 소·부·장 종목만 담는다. 채권도 가급적 관련 회사채를 편입하되 친환경·사회적 책임·기업지배구조(ESG) 관련 우량 회사채, 국·공채에 투자한다.상장지수펀드(ETF)의 약진도 눈에 띈다. 국내 ETF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NH아문디운용은 지난해에만 4개 ETF를 출시해 모두 12개의 ETF 라인업을 갖췄다. 작년 한 해 1조1300억원 이상 자금을 끌어모아 ETF 순자산이 2조원에 육박했다. ETF 시장 점유율도 진출 2년여 만에 3.4%로 높였다. 대표 상품인 ‘HANARO200 ETF’의 작년 수익률은 15%에 달했다.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NH아문디운용은 한국경제신문과 한국펀드평가가 주최하는 ‘2020 대한민국 펀드대상’에서 ETF 부문 대상(금융투자협회장상)을 받기도 했다.채권 부문에서는 ‘하나로단기채’ ‘국채 10년 인덱스펀드’ 등 공모펀드에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수탁액이 1조원가량 늘었다. 머니마켓펀드(MMF)도 창립 이래 최대인 10조원을 달성했다.대체투자 부문에서도 본부 신설 4년 만에 수탁액 4조원을 넘어섰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건물 매각으로 3년 만에 615억원의 차익을 실현하는 등 수익 기여도도 크게 높아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베트남 진출…해외 시장 개척 본격 시동NH아문디운용은 지난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저조했던 해외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월 베트남 최대 증권사인 사이공증권 계열 사이공증권(SSI)자산운용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연내 베트남 지수를 추종하는 ETF 등을 선보일 방침이다. 또 주주사이자 협력 파트너인 프랑스 아문디운용과 공동으로 해외 우수 펀드를 선별해 국내 투자자에게 지속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배영훈 NH아문디운용 대표는 “올해 목표로 했던 수탁액 50조원 달성이 상반기 중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향후 2년 내 국내 5위 종합자산운용사로 도약하기 위해 아문디운용 등과 손잡고 해외 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