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훼손 후 이전…환경운동연대 "원위치 복구하고 안내판 설치해야"

충북 충주시민들의 쉼터인 호암지 산책로에 있던 일본인 수리조합장 기념비가 인근으로 이전된 것을 놓고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7일 충주시에 따르면 호암지 산책로에는 일본인 수리조합장 스즈키 마사이치(鈐木政一) 사업 성공 기념비가 있었다.

1922∼1932년 호암지를 조성한 스즈키 조합장을 친일파들이 칭송하는 내용이 적혀 있는 이 비석은 1933년에 세워졌다.

그러나 군량미를 수탈하기 위해 저수지를 축조했고, 11년간 변변한 장비 없이 주민들을 강제 노역시켰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때문에 비석을 없애거나 안내판을 설치해 후세에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문제의 비석은 지난해 9월 초 훼손됐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 징용 조선인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강행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던 때여서 누군가가 고의로 쓰러뜨린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충주시는 비석 처리를 두고 호암지 관리 주체인 한국농어촌공사와 협의했다.

충주 호암지 일본인 수리조합장 기념비 이전에 일각서 문제 제기
결국 농어촌공사가 비석을 수습해 인근의 일본인 잠수부 위령탑과 2명의 한국인 조합장 공덕·공적비가 있는 곳에 다시 세웠다.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기 위한 취지인 듯 비석 머리는 얹지 않고 바닥에 두었다.

일본인 수리조합장 기념비 이전 설치는 그동안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다.

충북환경운동연대(대표 박일선)는 이와 관련, "비석 설명판을 달아 달라고 시에 반복적으로 요청했으나 아예 치워버렸다"며 "역사의식의 결여이며, 아픔의 시대를 헤쳐나간 조상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충주 호암지 일본인 수리조합장 기념비 이전에 일각서 문제 제기
박 대표는 "치욕스러운 역사도 역사인 만큼 후세에 바로 알려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며 "비석을 원위치해 (호암지와 비석이 무슨 이유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안내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