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위법 행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위법 행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삼성그룹주 펀드의 수익률이 살아나고 있다. 그룹의 주요 위험요인이었던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이 걷힐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기업가치 상승과 그룹주 펀드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7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삼성그룹주 펀드(25개, ETF포함)의 최근 1개월(4월4일~5월4일) 수익률은 평균 9.4%를 기록했다. 불과 2개월 전(3월3일~4월3일)까지만 하더라도 모두 손실을 기록했던 펀드가 모두 플러스(+)로 돌아섰다.

전체 25개 펀드 중 1개월 기준 10% 이상의 수익률을 낸 펀드는 18개에 달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KODEX삼성그룹주증권ETF(주식)',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KINDEX삼성그룹주SW증권ETF(주식)' 등은 13%가 넘는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이 예상되는 점은 기업 가치를 더욱 높일 전망이다.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때부터 내려온 경영권 승계 의혹과 노조 설립 방해 문제에 대해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은 "경영 승계 문제에 있어 논란이 없도록 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며 "
편법이나 지탄을 받을 일은 앞으로 하지 않겠다.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고개를 숙이자 삼성그룹주(株)가 화답했다. 전날 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은 장중 11% 급등하며 11만원대를 돌파했고, 삼성엔지니어링은 7% 넘게 올랐다.

두 기업의 주가는 이날 차일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훈풍은 다른 삼성 계열사로 옮겨 붙었다. 삼성에스디에스가 6% 넘게 급등 중이고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전기 등도 상승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그룹 경영투명성 강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미래 도약을 위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며 신사업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한 점도 주목했다.

김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언급은 반도체 부문의 사업강화로 추정된다"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메모리 중심에서 비메모리로 확대하는 동시에 전장·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등에도 신규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 문제가 당장 가시화되는 부분은 아닌 만큼 무리한 투자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효찬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차장은 "삼성그룹주는 업종별 대표주로 구성돼 있어 상대적으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우량하고 재무건전성이 우수하다"면서도 "전망은 밝지만 코스피가 낙폭의 50% 이상을 되돌린 시점이므로 신중히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