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법원이 부패 혐의로 기소된 베냐민 네타냐후(70) 총리가 새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연립정부 구성이 가능하게 됐다고 AP통신이 6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대법원은 이날 밤 12시 직전에 만장일치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앞서 집권 보수당 리쿠드당을 이끄는 네타냐후 총리와 중도 정당 '청백당'의 베니 간츠(60) 대표는 지난달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비상 내각' 구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대법원, 부패혐의 네타냐후에 "정부구성 가능" 판결
그러나 연정에 반대하는 활동가와 단체 등은 이러한 합의는 불법이라며 탄원서를 제출하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특히 '총리 대리'라는 새로운 직위가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는 동안 네타냐후 총리의 총리직 유지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법원은 기소된 정치인이 새 정부 구성 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와 네타냐후 총리와 청백당 간츠 대표의 연정 구성 합의가 합법적인지에 대해 심의했다.

대법원은 검토 결과 "우리는 네타냐후 총리의 정부 구성을 막을 어떠한 법적 근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도달한 법적 결론이 범죄 행위로 기소된 총리의 도덕적 청렴함과 재임 기간에서 파생된 어려움과 관련한 혐의의 엄정함을 줄여주는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1월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등으로부터 수년간 고급 샴페인과 쿠바산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스라엘 최대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우호적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당초 그에 대한 첫 재판은 올해 3월 17일에 예정됐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이달 24일 이후로 두 달 간 연기됐다.

네타냐후 총리와 청백당 간츠 대표는 내주 연정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서도 향후 연정 구성과 관련한 내용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명확한 입장을 나타냈다.

AP통신은 이번 대법원 판결로 1년 넘게 이어지던 정치적 교착상태에 끝을 맺게 됐으며 이로써 이스라엘은 추가 총선을 치르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에선 이미 1년 사이 총선이 3회나 이어졌다.

연정 구성 합의에 반대해 탄원을 냈던 이들 중 1명인 엘리아드 시라가는 이날 판결에 실망했지만,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도덕성이라는 깃발을 계속 올릴 것"이라고 현지 언론인 채널12 뉴스에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문제 등 안보 분야에서 강경한 우파 지도자로 꼽힌다.

총리직 재임 기간이 14년 1개월로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길다.

5선을 예약한 그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계속 집권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