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보다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스템 반도체는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제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시스템 반도체가 들어가는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등의 수요가 쪼그라든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의료용 반도체는 예외다. 올해도 전년 대비 6%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턴 5세대(5G) 이동통신 수요가 되살아나며 전반적인 시스템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반도체시장 성장률 -0.9%

7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합산) 시장 규모는 4393억달러(약 535조원)로 전망된다. 작년 대비 2.5% 커질 전망이다. 옴디아의 기존 전망치(5.5%)에 비해선 성장률이 3%포인트 정도 낮아졌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으로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시스템 반도체 부문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옴디아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5.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시장조사업체의 올해 시스템 반도체 시장 예상도 옴디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전망은 좀 더 부정적이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4154억달러(약 502조원)를 기록, 전년 대비 0.9% 역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올해 12.5% 늘어날 것이란 예상에서 대폭 하향 조정된 수치다. 가트너 역시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가 6.1%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 수요 감소로 직격탄

보통은 시스템 반도체보다 메모리 반도체가 시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요즘같이 예상치 못한 이벤트로 세계 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릴 땐 D램이나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소품종 대량생산이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요즘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오름세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Gb(기가비트) D램 가격은 지난달 3.29달러로 전월(2.94달러) 대비 11.9% 상승했다. 재택근무 증가 등에 따른 클라우드 투자 확대로 서버용 D램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좌우하는 건 가장 스마트폰 통신칩 수요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스마트폰이 덜 팔리면서 시스템 반도체 시장도 덩달아 침체되는 모습이다. 5G 스마트폰 확산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은 것도 시장이 위축된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5G 네트워크를 상용화한 국가는 한국 미국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일본은 오는 7월 도쿄올림픽 개막과 함께 5G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올림픽 연기로 5G 개통 시기도 늦춰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카운터포인터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2억9500만 대)은 작년 1분기보다 13% 감소했다. 판매량이 3억 대 미만으로 떨어진 건 2014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올해 연간 기준으론 스마트폰 판매가 20% 정도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만큼 통신칩 수요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의료용 반도체 시장은 커진다

하반기로 갈수록 시스템 반도체 업황이 나아질 것이란 긍정론도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대만 TSMC가 대표적이다. TSMC는 올해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전년과 비슷한 수준, 파운드리 시장은 한 자릿수 후반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기존 전망(반도체 약 8%, 파운드리 17%)보다는 하향 조정됐지만, 시장에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스마트폰 칩 시장 전망도 부정적이지 않았다. 시장에선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TSMC는 한 자릿수 후반 정도로 예상했다. 5G 스마트폰 시장이 결국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의료용 반도체 시장과 관련해선 계속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의료용 반도체 시장은 60억달러(약 7조3000억원)로 작년 대비 5.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옴디아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용 인공호흡기, 수술용품 등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원격의료산업 성장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