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의사 수 확대’를 위한 공론화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14년 동안 묶여 있는 의대 정원 확대와 의대 신설 등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다.

'의사 수 확대' 공론화 나선 민주당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6일 같은 당 허윤정 의원과 함께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의료 인력 양성 및 의과대학의 역할’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민 모두가 의료 인력, 특히 공공의료 인력 확충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의사 인력 부족과 관련해 그동안 적극적으로 공론화되지 않고 대안이 이야기되지도 못했다”며 “수요 예측을 하고 어떻게 양성 및 충원할 것인가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번 21대 국회에서 감염병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의료 인력 양성을 제대로 준비하겠다”고 화답했다. 청와대도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의대 정원 확대를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다. 의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해법을 찾지 못하던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명분이 생겼다는 논리다. 특히 공공의료가 취약한 지방대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수도권 쏠림을 막으면서 지방의 의료 인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방대 의대 정원을 늘리되 일정 기간 해당 지역 공공부문에서 근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공공의료 인력 부족 사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의사 인력은 향후 10년 동안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속적으로 부족해질 전망이다. 의사 인력 수급 차이(공급-수요)는 올해 -1837명에서 2030년에는 -7646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2030년 의사 인력이 2405~7727명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한국의 활동 의사 수는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3.4명이 평균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며 “의사 인력을 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설정해 중장기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줄곧 3058명으로 묶여 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3월 보건의료 분야 총선공약을 발표하면서 “필수·공공의료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의대가 없는 지역에는 의대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공공의대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20대 국회에서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의료 취약지에서 10년 이상 근무토록 하는 조건으로 공공의료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공공의대를 설립하자는 법안이다. 미래통합당은 “공공의대가 설립되는 특정 지역에 특혜가 될 우려가 있다”며 법안 제정에 반대했다.

의사 수 확대는 대한의사협회가 반대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관계자는 “현행 저수가 체계를 유지하면서 의사만 추가 배출하겠다는 것은 문제”라며 “OECD 국가의 국토 면적 대비 의사 밀도가 한국이 세 번째로 높은 만큼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