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으로부터 ‘키코(KIKO·외환 파생상품) 분쟁’ 배상 권고를 받은 은행 세 곳이 또다시 수용 결정을 미뤘다. 지난해 12월 배상 권고를 받은 이후 다섯 번째 연기다.

6일 금감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하나·대구은행은 이날 금감원에 배상권고 수용 결정을 연기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들 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배상에 대한 논의를 하기가 어려워졌고 이사회에서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도 있어 금감원에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대응 등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웠을 뿐 속마음은 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키코 배상에 대한 은행들의 법적 책임은 소멸시효가 이미 끝났다. 금감원이 권고한 키코 배상도 법적 구속력이 없다. 섣불리 배상 결정을 했다가는 주주들로부터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 금감원이 권고한 6개 은행 가운데 우리은행만 42억원을 배상하겠다고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배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지난 3월에 이미 거부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도 은행이 금감원의 배상 권고에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는 것은 감독기관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해서다. “키코 문제를 분쟁 조정 아젠다로 올려놓은 것이 가장 잘한 일”이라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2주년을 맞아 지난달 연 기자간담회에서도 “(과거로 돌아가) 키코 문제를 다시 살펴볼 수 있다고 해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키코 분쟁 조정에 강한 애착을 보여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금융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대승적으로 판단해주길 기대한다”며 “은행이 조급하게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시간을 충분히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서/임현우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