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란 온라인 개학·환자 추적…첨단 IT 인프라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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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프리미엄 시대
위기 때 더 빛난 'IT 코리아'
'봉쇄조치' 없이 일상생활 유지
통신사 '최초' 경쟁 있었기에…
위기 때 더 빛난 'IT 코리아'
'봉쇄조치' 없이 일상생활 유지
통신사 '최초' 경쟁 있었기에…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오늘부터 한국 교육이 갈 것입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9일 온라인 개학을 알리며 한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초·중·고교 개학이 연거푸 미뤄진 끝에 세계에서 유례없는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다.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지금은 540만 명에 이르는 학생이 큰 문제없이 온라인 교육을 받고 있다.
초고속 통신망, 클라우드 시스템, 스마트폰·태블릿PC…. 세계가 주목한 온라인 개학은 한국이 구축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덕에 가능했다. 온라인 개학뿐만 아니다. 확진자 동선 추적, 재택근무, 공적 마스크 판매 과정에서도 거미줄처럼 촘촘한 통신 인프라가 위력을 발휘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봉쇄조치(lock down) 없이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지속하도록 한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촘촘한 네트워크망의 위력
‘IT코리아’의 힘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통신사에서 제공받은 확진자 위치정보를 활용해 감염 경로를 찾아냈다. 신용카드·교통카드 사용내역 등을 통해서는 부분적인 위치만 알 수 있다. 기지국 정보, 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 등이 더해져야 정확한 동선이 파악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지원에 총력을 다했다”며 “전국을 10m 단위로 분할해 이용자 위치를 추정하는 피셀(pCell) 기술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마스크 대란’ 이후 도입된 공적 마스크 5부제도 전국적으로 구축된 통신 인프라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전국 약국과 연동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시스템을 통해 마스크 중복 구매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 곳곳에서 마스크를 사려고 다툼이 빈번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5부제 도입 이후엔 마스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세계 최초’ 경쟁에 ‘빨리빨리’ 더해져
IT코리아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았다. 한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정부 주도로 ‘정보화 시대’를 위한 통신 인프라 구축에 앞장섰다. 특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벌여온 ‘세계 최초’ 경쟁과 더 빠른 속도를 찾는 이용자들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3월 공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초고속 인터넷 커버리지 조사에서 한국은 81.7%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측정한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를 봐도 전국 평균 LTE 다운로드 속도는 158.53Mbps(초당 메가비트)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북미와 영국의 세 배, 일본이나 홍콩과 비교하면 3.5배 이상 빠른 속도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기업 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축적한 기술과 서비스가 감염병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며 “IT 강국이라는 한국의 브랜드 파워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언택트 경험 비즈니스 모델로”
세계는 한국의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IT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3월 “한국의 ICT 기반 코로나19 대응이 혁신적”이라며 ICT 대응 모델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해줄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EBS 온라인 클래스의 클라우드 시스템 운영을 맡았던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엔 미국 본사를 비롯해 세계 120여 개 지사로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한국MS 관계자는 “전국 단위로 온라인 개학을 한 세계 첫 번째 사례여서 노하우를 공유해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유럽에 한국 통신 인프라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했다. 도이치텔레콤과 기술 합작회사(조인트벤처)를 연내 설립하는 내용의 계약을 최근 맺었다. 도이치텔레콤은 세계 13개국에 2억4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유럽 최대 이동통신사다. SK텔레콤은 인프라 엔지니어를 독일로 파견해 5세대(5G) 서비스 상용화와 운영 노하우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코로나19가 촉발한 뉴노멀(새로운 표준)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국가에 K-ICT 노하우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개학과 재택근무, 확진자 추적 등 ICT 기반 노하우를 비즈니스 모델로 개발해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한국이란 브랜드의 신뢰도가 대폭 올라갔다”며 “IT를 바탕으로 한 언택트(비대면) 사회에 대한 경험을 체계적으로 산업화한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우/최한종 기자 leeswoo@hankyung.com
초고속 통신망, 클라우드 시스템, 스마트폰·태블릿PC…. 세계가 주목한 온라인 개학은 한국이 구축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덕에 가능했다. 온라인 개학뿐만 아니다. 확진자 동선 추적, 재택근무, 공적 마스크 판매 과정에서도 거미줄처럼 촘촘한 통신 인프라가 위력을 발휘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봉쇄조치(lock down) 없이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지속하도록 한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촘촘한 네트워크망의 위력
‘IT코리아’의 힘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통신사에서 제공받은 확진자 위치정보를 활용해 감염 경로를 찾아냈다. 신용카드·교통카드 사용내역 등을 통해서는 부분적인 위치만 알 수 있다. 기지국 정보, 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 등이 더해져야 정확한 동선이 파악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지원에 총력을 다했다”며 “전국을 10m 단위로 분할해 이용자 위치를 추정하는 피셀(pCell) 기술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마스크 대란’ 이후 도입된 공적 마스크 5부제도 전국적으로 구축된 통신 인프라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전국 약국과 연동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시스템을 통해 마스크 중복 구매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 곳곳에서 마스크를 사려고 다툼이 빈번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5부제 도입 이후엔 마스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세계 최초’ 경쟁에 ‘빨리빨리’ 더해져
IT코리아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았다. 한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정부 주도로 ‘정보화 시대’를 위한 통신 인프라 구축에 앞장섰다. 특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벌여온 ‘세계 최초’ 경쟁과 더 빠른 속도를 찾는 이용자들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3월 공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초고속 인터넷 커버리지 조사에서 한국은 81.7%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측정한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를 봐도 전국 평균 LTE 다운로드 속도는 158.53Mbps(초당 메가비트)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북미와 영국의 세 배, 일본이나 홍콩과 비교하면 3.5배 이상 빠른 속도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기업 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축적한 기술과 서비스가 감염병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며 “IT 강국이라는 한국의 브랜드 파워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언택트 경험 비즈니스 모델로”
세계는 한국의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IT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3월 “한국의 ICT 기반 코로나19 대응이 혁신적”이라며 ICT 대응 모델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해줄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EBS 온라인 클래스의 클라우드 시스템 운영을 맡았던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엔 미국 본사를 비롯해 세계 120여 개 지사로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한국MS 관계자는 “전국 단위로 온라인 개학을 한 세계 첫 번째 사례여서 노하우를 공유해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유럽에 한국 통신 인프라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했다. 도이치텔레콤과 기술 합작회사(조인트벤처)를 연내 설립하는 내용의 계약을 최근 맺었다. 도이치텔레콤은 세계 13개국에 2억4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유럽 최대 이동통신사다. SK텔레콤은 인프라 엔지니어를 독일로 파견해 5세대(5G) 서비스 상용화와 운영 노하우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코로나19가 촉발한 뉴노멀(새로운 표준)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국가에 K-ICT 노하우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개학과 재택근무, 확진자 추적 등 ICT 기반 노하우를 비즈니스 모델로 개발해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한국이란 브랜드의 신뢰도가 대폭 올라갔다”며 “IT를 바탕으로 한 언택트(비대면) 사회에 대한 경험을 체계적으로 산업화한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우/최한종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