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산불 주범 '양간지풍' 위력 어떻길래? "몸도 가누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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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넘으며 '소형 태풍급' 위력 떨쳐…고성 등 동해안 산불 피해 키워
"예전에는 바람에 지붕도 다 날아가고, 세숫대야에 강아지집까지 날아다녔어…"
지난해 대형산불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강원 고성에 또다시 화마(火魔)가 덮쳐 주민들이 공포의 12시간을 보냈다.
동해안 봄철 대형산불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양간지풍'(襄杆之風)은 '양양과 고성 간성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부는 강한 바람으로 이번에도 어김없이 피해를 키우고,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매년 이맘때면 부는 양간지풍은 대형산불의 주범이다.
'남고북저'(南高北低) 형태의 기압 배치에서 강한 서풍 기류가 발생하고, 이 기류가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 건조해지면서 속도도 빨라져 '소형 태풍급' 위력을 갖게 된다.
양간지풍을 연례행사처럼 겪는 주민들은 이 바람이 불면 본능적으로 대형산불의 위험성을 느낀다고 한다.
여느 바람과 달리 매우 고온 건조한 탓에 세차게 불면 왠지 모를 불쾌감에 더해 산불이 나면 크게 번질 것만 같은 불안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집이 튼튼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지붕이 뜯겨나가고, 마당에 둔 가재도구들이 날아다닐 정도로 피해까지 심각해 70대 이상 주민 중에는 양간지풍에 이골이 난 이들도 적지 않다.
1996년 고성산불 당시 집을 잃은 아픈 기억을 가진 함모(76·토성면 학야리)씨 부부는 "그때(1996년)도 지금도 그냥 사람만 나왔지. 오늘도 바람이 너무 많이 불더니 불이 났다"고 불난 당시를 떠올렸다.
이번 산불이 시작된 도원리에 사는 김모(52)씨는 "1996년 고성산불과 2000년 동해안 산불 때도 대피를 안 했는데 이번에는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고, 불꽃이 막 날아다니니까 대피를 안 하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운봉리나 교암리 등 산불 발생지역과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들까지 매캐한 냄새와 연기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양간지풍은 순식간에 산불 영향권을 넓혔다.
실제 기자가 이날 취재를 위해 산불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체감한 바람의 세기는 서 있기조차 버거웠고, 마치 차량까지 뒤집어버릴 것만 같은 정도로 심했다.
교량이 아님에도 차가 심하게 흔들렸고, 신호등이나 이정표는 물론 가로수가 엿가락처럼 힘없이 휘어져 버렸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불이 난 곳은 산불 당시 시속 59㎞(초속 16m)의 강풍이 불었다.
산불 초기에는 초속 6m 안팎이었으나 바람의 위력은 날이 저물면서 3배 가까이 강해졌다.
특히 미시령에는 최대순간풍속이 시속 94㎞(초속 26m)에 달했다.
마을 주민 이태윤(30)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의 태풍급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지고 있어 걱정"이라며 "작년 4월 대형산불 때도 이렇게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대형산불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강원 고성에 또다시 화마(火魔)가 덮쳐 주민들이 공포의 12시간을 보냈다.
동해안 봄철 대형산불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양간지풍'(襄杆之風)은 '양양과 고성 간성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부는 강한 바람으로 이번에도 어김없이 피해를 키우고,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매년 이맘때면 부는 양간지풍은 대형산불의 주범이다.
'남고북저'(南高北低) 형태의 기압 배치에서 강한 서풍 기류가 발생하고, 이 기류가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 건조해지면서 속도도 빨라져 '소형 태풍급' 위력을 갖게 된다.
양간지풍을 연례행사처럼 겪는 주민들은 이 바람이 불면 본능적으로 대형산불의 위험성을 느낀다고 한다.
여느 바람과 달리 매우 고온 건조한 탓에 세차게 불면 왠지 모를 불쾌감에 더해 산불이 나면 크게 번질 것만 같은 불안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집이 튼튼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지붕이 뜯겨나가고, 마당에 둔 가재도구들이 날아다닐 정도로 피해까지 심각해 70대 이상 주민 중에는 양간지풍에 이골이 난 이들도 적지 않다.
1996년 고성산불 당시 집을 잃은 아픈 기억을 가진 함모(76·토성면 학야리)씨 부부는 "그때(1996년)도 지금도 그냥 사람만 나왔지. 오늘도 바람이 너무 많이 불더니 불이 났다"고 불난 당시를 떠올렸다.
이번 산불이 시작된 도원리에 사는 김모(52)씨는 "1996년 고성산불과 2000년 동해안 산불 때도 대피를 안 했는데 이번에는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고, 불꽃이 막 날아다니니까 대피를 안 하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운봉리나 교암리 등 산불 발생지역과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들까지 매캐한 냄새와 연기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양간지풍은 순식간에 산불 영향권을 넓혔다.
실제 기자가 이날 취재를 위해 산불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체감한 바람의 세기는 서 있기조차 버거웠고, 마치 차량까지 뒤집어버릴 것만 같은 정도로 심했다.
교량이 아님에도 차가 심하게 흔들렸고, 신호등이나 이정표는 물론 가로수가 엿가락처럼 힘없이 휘어져 버렸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불이 난 곳은 산불 당시 시속 59㎞(초속 16m)의 강풍이 불었다.
산불 초기에는 초속 6m 안팎이었으나 바람의 위력은 날이 저물면서 3배 가까이 강해졌다.
특히 미시령에는 최대순간풍속이 시속 94㎞(초속 26m)에 달했다.
마을 주민 이태윤(30)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의 태풍급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지고 있어 걱정"이라며 "작년 4월 대형산불 때도 이렇게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