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강성부펀드)·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연합’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대한항공 유상증자가 한진칼 지분 경쟁의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대 1조원의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지원을 약속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자구 노력이 불가피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상증자 여부와 규모, 일정 등을 이달 19일 공시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선 대한항공에 앞서 한진칼이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9.96%(보통주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면 최대 3000억원이 필요하다. 한진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411억원 수준이다. 유휴자산 매각은 바로 현금화하기 어려운 만큼 유상증자를 통해 실탄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올가을 한진칼 임시주총을 통해 경영권 분쟁 ‘2라운드’를 예고했던 3자연합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진다. 경영권 분쟁으로 고평가돼 있는 한진칼 주가가 유상증자를 기점으로 주저앉으면 KCGI가 주식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의 상환 압박이 커지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진칼이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지분 가치 희석으로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며 “이는 KCGI가 주식담보대출을 연장하는 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KCGI의 주식담보대출은 총 12건이다. KCGI가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 19.36% 중 10.94%가 담보로 잡혀 있다.

KCGI의 자금 동원력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KCGI는 유화증권에서 한진칼 지분 1.17%(69만847주)를 담보로 빌린 대출금을 연장하지 못하고 최근 전액 상환했다. 3자연합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어떤 자구책을 내놓을 것인지에 따라 대응 전략을 재편해야 한다”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