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빼곤 다 은행강도"…아직 어색한 베를린의 마스크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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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내 의무화 첫날 쇼핑가서 착용 대폭 늘어…길에선 상당수 턱에 걸쳐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일상복귀 출구전략
시민 60%, 상점내 착용 의무화 찬성…"안써온 문화 생각하면 상당한 수치"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상점 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첫날인 29일(현지시간) 오후. 주요 쇼핑가인 쿠담거리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이 부쩍 늘었다.
거리에서 시민 절반 이상은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어딘가 불편하고 어색해하는 이들이 많다는 느낌이었다.
호흡기를 다 가리지 않고 턱에 걸쳐놓은 시민이 상당수였다.
손에 들고 있는 이들도 꽤 있었다.
마스크 의무화 시행 전후를 비교하기 위해 전날에도 같은 시간대에 쿠담 거리 일대를 살펴봤다.
전날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이 열 명에 한두명 정도에 불과했다.
시민이 착용한 마스크는 절반 정도가 면 소재로 보였다.
일회용 마스크도 대부분 수술용이었다.
의료진에 착용이 권고된 FFP2(유럽 마스크 규격)급 이상으로 보이는 마스크는 드물었다.
쿠담거리 대로변 상점 안 직원들과 손님들은 거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전날만 해도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점은 많지 않았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신발가게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던 한 손님이 입장 직전 가방에서 마스크를 꺼내 착용하는 모습이 보였다.
베를린 당국은 지난 27일부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데 이어 격론 끝에 전날 회의에서 상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이날부터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셈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은 시민도 한 번이라도 상점이나 마트에 들르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갖고 다닐 수밖에 없게 됐다.
베를린은 마스크 의무화를 결정한 마지막 연방주였다.
그래도 의무화 실시 이후 마스크 착용 방식도 조금 나아진 듯했다.
카데베 백화점 앞에 손님 숫자 통제를 위해 서 있는 보안직원 2명은 모두 전날만 해도 코를 내놓고 마스크로 입만 가렸으나, 이날은 코까지 가렸다.
현지 언론은 보안직원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갔다.
그러나 쿠담거리 안쪽의 작은 상점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직원들이 더 많았다.
뒷골목에서도 마스크를 쓴 시민은 소수였다.
쿠담거리 인근 동물원역과 비텐베르크플라츠역에서 시민이 지하철을 탈 때는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다.
버스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은 뒷좌석에서나 가끔 보였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독일에서 공공생활 제한조치의 출구전략 중 하나다.
일상으로 돌아간 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없을 때 마스크를 코로나19 전파 차단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고려한 것이다.
사실상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일상생활을 상당 부분 유지하는 한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의 사례를 참고했다.
베를린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베를린 주 연립정부의 다수파인 사회민주당은 의무화에 찬성했지만 좌파당은 반대했다.
문화적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일부 주에서는 이슬람교도의 스카프 착용도 공공장소에서 금지하고 있는 터다.
의무화가 기본권 침해라고 반발하는 정서도 있다.
교민 이모 씨는 "은행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만 입장시켰다"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줄 서 있던 시민이 '나만 괜찮고 주위에 마스크 쓴 사람들은 은행강도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시민은 상의를 벗어 입과 코를 둘러싸고선 은행에 입장했단다.
여론조사에서 기본적으로 마스크 착용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17%, 대중교통에서만 착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22%, 대중교통과 상점에서 모두 착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60%였다.
공공생활이 제한된 지 한 달 반 가까이 돼가고 있지만,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독일에서는 1918∼1919년 스페인 독감 유행 당시 마스크를 착용한 이후 마스크는 아픈 사람이 불가피하게 밖에 나올 때 착용하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감염 전문가 다수는 의료진을 제외한 건강한 사람은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일상생활로 돌아갈 방법이 막막해지면서 마스크 착용론으로 돌아서게 됐다.
독일 시민 카스타는 상점에서의 마스크 착용에 60%만 찬성한 데 대해 "독일, 베를린에서는 애초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이 정도 찬성한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독일 정부는 최근 중국에서 1천만 장의 마스크를 군용기로 수입하는 등 마스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베를린 구청들은 각각 수천장에서 2만장 가까이 면 마스크를 확보해 마스크를 미처 구하지 못한 시민에게 무료 배포하기 시작했다.
독일 정부는 뒤늦게나마 마스크의 자력 생산에 나서 8월부터는 매주 5천만 장의 일회용 마스크를 생산할 예정이다.
독일은 코로나19 방역 초기 실패로 대규모 확산을 막지 못했지만, 이후 빠르게 질서정연하게 대응하며 안정화되고 있다.
차이트온라인에 따르면 독일의 누적 확진자 수는 16만500여 명이고, 누적 사망자 수는 6천500여 명이다.
전날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1천285명으로 일주일 전에 비해 400명 정도 감소했다.
/연합뉴스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일상복귀 출구전략
시민 60%, 상점내 착용 의무화 찬성…"안써온 문화 생각하면 상당한 수치"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상점 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첫날인 29일(현지시간) 오후. 주요 쇼핑가인 쿠담거리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이 부쩍 늘었다.
거리에서 시민 절반 이상은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어딘가 불편하고 어색해하는 이들이 많다는 느낌이었다.
호흡기를 다 가리지 않고 턱에 걸쳐놓은 시민이 상당수였다.
손에 들고 있는 이들도 꽤 있었다.
마스크 의무화 시행 전후를 비교하기 위해 전날에도 같은 시간대에 쿠담 거리 일대를 살펴봤다.
전날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이 열 명에 한두명 정도에 불과했다.
시민이 착용한 마스크는 절반 정도가 면 소재로 보였다.
일회용 마스크도 대부분 수술용이었다.
의료진에 착용이 권고된 FFP2(유럽 마스크 규격)급 이상으로 보이는 마스크는 드물었다.
쿠담거리 대로변 상점 안 직원들과 손님들은 거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전날만 해도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점은 많지 않았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신발가게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던 한 손님이 입장 직전 가방에서 마스크를 꺼내 착용하는 모습이 보였다.
베를린 당국은 지난 27일부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데 이어 격론 끝에 전날 회의에서 상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이날부터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셈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은 시민도 한 번이라도 상점이나 마트에 들르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갖고 다닐 수밖에 없게 됐다.
베를린은 마스크 의무화를 결정한 마지막 연방주였다.
그래도 의무화 실시 이후 마스크 착용 방식도 조금 나아진 듯했다.
카데베 백화점 앞에 손님 숫자 통제를 위해 서 있는 보안직원 2명은 모두 전날만 해도 코를 내놓고 마스크로 입만 가렸으나, 이날은 코까지 가렸다.
현지 언론은 보안직원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갔다.
그러나 쿠담거리 안쪽의 작은 상점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직원들이 더 많았다.
뒷골목에서도 마스크를 쓴 시민은 소수였다.
쿠담거리 인근 동물원역과 비텐베르크플라츠역에서 시민이 지하철을 탈 때는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다.
버스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은 뒷좌석에서나 가끔 보였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독일에서 공공생활 제한조치의 출구전략 중 하나다.
일상으로 돌아간 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없을 때 마스크를 코로나19 전파 차단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고려한 것이다.
사실상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일상생활을 상당 부분 유지하는 한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의 사례를 참고했다.
베를린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베를린 주 연립정부의 다수파인 사회민주당은 의무화에 찬성했지만 좌파당은 반대했다.
문화적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일부 주에서는 이슬람교도의 스카프 착용도 공공장소에서 금지하고 있는 터다.
의무화가 기본권 침해라고 반발하는 정서도 있다.
교민 이모 씨는 "은행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만 입장시켰다"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줄 서 있던 시민이 '나만 괜찮고 주위에 마스크 쓴 사람들은 은행강도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시민은 상의를 벗어 입과 코를 둘러싸고선 은행에 입장했단다.
여론조사에서 기본적으로 마스크 착용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17%, 대중교통에서만 착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22%, 대중교통과 상점에서 모두 착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60%였다.
공공생활이 제한된 지 한 달 반 가까이 돼가고 있지만,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독일에서는 1918∼1919년 스페인 독감 유행 당시 마스크를 착용한 이후 마스크는 아픈 사람이 불가피하게 밖에 나올 때 착용하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감염 전문가 다수는 의료진을 제외한 건강한 사람은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일상생활로 돌아갈 방법이 막막해지면서 마스크 착용론으로 돌아서게 됐다.
독일 시민 카스타는 상점에서의 마스크 착용에 60%만 찬성한 데 대해 "독일, 베를린에서는 애초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이 정도 찬성한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독일 정부는 최근 중국에서 1천만 장의 마스크를 군용기로 수입하는 등 마스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베를린 구청들은 각각 수천장에서 2만장 가까이 면 마스크를 확보해 마스크를 미처 구하지 못한 시민에게 무료 배포하기 시작했다.
독일 정부는 뒤늦게나마 마스크의 자력 생산에 나서 8월부터는 매주 5천만 장의 일회용 마스크를 생산할 예정이다.
독일은 코로나19 방역 초기 실패로 대규모 확산을 막지 못했지만, 이후 빠르게 질서정연하게 대응하며 안정화되고 있다.
차이트온라인에 따르면 독일의 누적 확진자 수는 16만500여 명이고, 누적 사망자 수는 6천500여 명이다.
전날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1천285명으로 일주일 전에 비해 400명 정도 감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