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을 넘어, '반시론'의 반어

▲ 라깡의 정치학 = 백상현 지음.
프랑스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1901∼1981)이 1964년 국제정신분석학회에서 파문당한 뒤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진행한 강의를 중심으로 그의 사상을 해설했다.

라캉 '세미나' 원전 텍스트를 대중에게 강독하는 백상현 박사는 프롤로그에서 "라캉의 정신분석은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심리치료의 의료적 과정과는 전혀 다른 것이며, 심지어 프로이트조차 망설임 속에서 매달린 고전적 정신분석 임상의 개념과도 다른 '실천'이라는 사실"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라캉 이론을 향해 '이론을 위한 이론'일 뿐이라거나 너무도 정치적이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 "그들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무의식이 언어의 구조로 돼 있으며, 그러한 언어 자체가 권력 투쟁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가"라고 반문한다.

1973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세미나 11' 20개 강의 중 전반부 9개를 다뤘다.

10∼20강 강해는 2022년 발간 예정이다.

에디투스. 328쪽. 2만5천원.
[신간] 라깡의 정치학·토지와 자유
▲ 토지와 자유 = 황보영조 지음.
20세기 전반 스페인 노동운동 근간을 이루는 아나키즘 사상과 실천을 스페인 근현대사 연구자인 황보영조 경북대 사학과 교수가 정기간행물, 팸플릿, 포스터 등을 바탕으로 분석했다.

책 제목인 '토지와 자유'는 1888년 바르셀로나에서 창간된 잡지 이름으로, 1930년 아나키즘 단체인 '이베리아아나키스트연맹' 기관지가 됐다.

저자는 "토지와 자유는 아나키스트들이 내건 핵심 슬로건이었는데, 이 구호에는 토지를 보유해야 지주의 구속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스페인 아나키스트들은 토지와 자유를 혁명의 횃불이자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설계도로 여겼다"고 설명한다.

그는 흔히 '무정부주의'로 번역하는 아나키즘이 단일한 사상이나 단선적 운동이 아니며, 아나키즘 내부에서 전략과 전술에 따라 끊임없는 이합집산이 펼쳐졌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아나키즘을 이해하면 스페인 노동운동과 현대사도 제대로 파악하게 된다고 조언한다.

삼천리. 504쪽. 3만2천원.
[신간] 라깡의 정치학·토지와 자유
▲ '불온'을 넘어, '반시론'의 반어 = 박지영 지음.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가장 전위적인 시인으로 꼽히는 김수영(1921∼1968) 연구 결과물을 모았다.

성균관대에서 김수영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김수영 사유가 식민지와 해방, 전쟁과 혁명이라는 아픈 한국사를 온몸으로 부딪히며 느낀 고뇌의 흔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특히 김수영이 한 번역에 주목한다.

김수영은 1960년에 쓴 '시작노트'에서 "내 시의 비밀은 내 번역을 보면 안다.

내 시가 번역 냄새가 나는 스타일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밝혔다.

저자는 "김수영 번역 행위의 지향점은 서구화도 토착화도 아닌, 그 경계를 뛰어넘는 자리에 있다고 본다"며 "김수영은 늘 동시대의 전위적인 세계와 소통하기를 희망했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다"고 평가한다.

소명출판. 626쪽. 3만5천원.
[신간] 라깡의 정치학·토지와 자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