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앞바다에도 20여척 유조선…WTI 장중 30% 밀리자 브렌트유도 20달러 붕괴
글로벌 970만배럴 감산으론 역부족…"6월물 WTI -100달러 간다" 전망도
"미 오클라호마 저장고 조만간 탱크톱"…국제유가 폭락세 증폭
국제유가가 27일(현지시간) 폭락세로 돌아섰다.

지난주 한때 마이너스권까지 떨어졌다가 'V자형 곡선'으로 급반등하면서 일부 낙폭을 회복하자, 바닥을 다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내 곤두박질하는 흐름이다.

국제유가는 지난주까지 8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급감·공급과잉'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면, 직접적으로는 저장 공간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이 5~6월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지만, 하루 2천만~3천만 배럴로 추정되는 수요감소에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970만 배럴 감산이 시행되더라도 재고는 가파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향후 100일 이내 글로벌 원유저장 탱크가 가득 차는 '탱크톱'(tank top)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비요르나르 톤하우겐 원유시장 헤드는 CNBC 방송에 "시장은 저장고 문제를 알고 있다"면서 "몇주 이내에 탱크톱에 이르는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가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후의 카운트다운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원자재분석업체 '카이로스'에 따르면 전 세계 육상 원유저장 용량은 44억 배럴로, 이 가운데 65%가 채워진 상황이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하루 1천만 배럴씩 괴물 같은 속도로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장공간이 부족해지다 보니 유조선 용선료도 치솟고 있다.

초대형 유조선(VLCC)에 원유를 실어 보관하는 것으로, 무려 1억6천만 배럴의 원유가 바다 위를 떠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로스앤젤레스(LA) 앞바다에는 20여척의 초대형 유조선이 '무작정' 정박한 상태다.

"미 오클라호마 저장고 조만간 탱크톱"…국제유가 폭락세 증폭
당장 글로벌 원유시장의 시선은 미 대륙의 한복판에 위치한 오클라호마주 쿠싱(Cushing)에 맞춰지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이지만, 원유시장에서는 원유생산업체와 트레이더들의 거래가 이뤄지는 미국산 벤치마크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허브다.

쿠싱의 저장 용량은 약 8천만 배럴이다.

현재 저장량은 5천970만 배럴로 일주일새 10% 증가했고, 남은 공간은 2천500만 배럴이라고 CNBC 방송은 전했다.

남아있는 공간도 상당 부분 임대용으로 선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6월물 WTI 역시 만기일(5월19일)에 가까워질수록 마이너스권으로 하락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5월물 WTI는 만기일(4월 21일)을 앞두고 '-37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미즈호의 폴 생키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투자자 노트에서 "다음 달에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밀릴 것인가? 꽤 가능성이 있다"면서 "원유는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데다 다루기 어렵다.

정유 과정 없이는 쓸모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산 원유가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유보다 가파른 폭락세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시에 WTI가 폭락하면서 브렌트유도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오전 11시 현재 배럴당 25.56%(4.33달러) 내린 12.6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30% 넘게 밀리면서 11달러 선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8.07%(1.73달러) 하락한 19.71달러에 거래되면서 다시 20달러선 밑으로 밀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