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자택 찾은 통합당 지도부, 설득 '무위'…비대위 표류

심재철·김재원, 30분 기다렸다가 30분 면담…김종인 '난색' 표한듯
김재원 "비대위로 당장 갈 상황 아냐…의사도 없는 듯"
"김종인 '보궐선거·대선서 당 정비하면 기회가 올 텐데' 걱정"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28일 밤 비상대책위원장직 수락을 설득하기 위해 김종인 전 총괄 선대위원장을 찾았으나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통합당은 이날 전국위원회에서 '임기 4개월'의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선출했다.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김종인 비대위'의 임기를 연장하는 당헌 개정을 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시한부 비대위원장' 거부 의사를 밝혔고, 통합당 지도부의 비대위 전환은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심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8시 20분께 서울 종로구 구기동 김 전 위원장의 집을 찾았다.

전국위 결과를 설명하고 김 전 위원장에게 비대위를 이끌 것을 재요청하기 위한 방문이다.

김 전 위원장과 사전에 연락이 닿지 않아 예고 없이 방문한 탓에 이들은 외출한 김 전 위원장이 귀가할 때까지 약 30분간 집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이어 오후 8시 50분께 귀가한 김 전 위원장은 심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을 집 안으로 안내했고, 약 30분간 면담했다.

심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은 김 전 위원장의 배웅을 받으며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집을 나섰으나, 김 전 위원장으로부터 '비대위원장 수락'이라는 확실한 답변을 듣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포도주만 마시고 나왔다"며 "걱정하는 이야기만 나누고 왔다"며 말을 아꼈다.

김 정책위의장은 "(김 전 위원장이) 거절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다.

수락 의사 표시도 전혀 없었다"며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당장 갈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 상태에서는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해도 수락할 상황이 아니고 의사도 별로 없는 것 같지만, 당의 입장을 잘 설명하고 시간을 갖고 여러 방안을 모색해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따라서 전국위 추인을 받은 '김종인 비대위'는 출범하지 못한 채 당분간 표류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통합당 지도부는 29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김종인 비대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이 끝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지 않을 경우 현 지도부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정책위의장은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이 된 뒤 상임전국위를 열어 비대위 임기를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본인 스스로 그런 생각은 안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전국위에 대한 김 전 위원장의 반응에 대해서는 "별말이나 반응이 없었다"며 "(김 전 위원장이) 향후 보궐선거나 대선에서 당을 정비하면 그래도 기회가 올 텐데 하는 걱정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