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여중고 터에 있었던 연합군포로수용소…용산구, 역사 재조명
서울 용산구(구청장 성장현)는 '용산구소식' 5월호에서 일제강점기 말기에 운영된 '경성 연합군포로수용소'의 역사를 소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일제는 아시아태평양전쟁(1941∼1945) 때 싱가포르 등에서 벌어진 말레이 전투에서 포로로 잡은 영국·호주 등 연합군 병력을 수감하기 위해 경성 연합군포로수용소를 만들었다.

원래 '이와무라제사소'라는 방직공장으로 쓰이던 4층 건물을 재활용해 1942년 9월 25일 개소했다.

당시 주소는 '경성부 청엽정(靑葉町·현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 3정목 100번지'였다.

일제가 용산 일본군사령부 바로 옆인 이곳을 고른 의도는 연합군이 할지도 모르는 폭격으로부터 자신들의 군사·철도기지를 보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포로를 '방패막이'로 삼은 셈이다.

일제는 한반도 내 경성·인천·흥남 3곳에 백인 포로수용소를 만들어 자신들의 우월성을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과시했다.

약 3년간 영국·호주군 포로 수백명이 경성 수용소에 머무르면서 인근 일본군 육군창고(현 캠프킴 부지), 경성역(현 서울역), 한강다리 등에서 강제노역을 했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포로들이 풀려나자 경성 수용소는 학교로 용도가 바뀌었다.

1946년 이곳에 들어선 신광기예초급중학교가 지금 신광여중고의 전신이다.

신광여중고 터에 있었던 연합군포로수용소…용산구, 역사 재조명
한동안 남아 있던 수용소 건물은 2011년 철거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용산구 소식지에 글을 쓰고 사진을 제공한 김천수 용산문화원 역사문화연구실장은 "일전에 신광여중고 앞에서 선조들의 흔적을 찾아온 외국인을 만난 적이 있다"며 "지금은 비록 벽돌 하나 남아있지 않지만 결코 잊힐 수 없는 역사의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용산구는 연말까지 '용산구 소식'에 '근현대 역사 현장을 찾아서(용산 역사문화탐방)' 기획 연재를 이어갈 예정이다.

▲ 경천애인사 터 ▲ 대한제국 군기창 터 ▲김상옥 의사 항거 터 ▲ 대한제국 평식원 도량형 제조소 터 ▲ 옛 간조 경성지점 사옥 ▲ 옛 미8군사령부와 유엔군 지휘벙커 ▲ 육군 독립기갑연대 창설지 등을 소개한다.

용산구는 매월 '용산구 소식' 6만4천500부를 발행해 주민들에게 배부한다.

우편 배송을 원하는 주민은 구 홍보담당관 사무실(☎02-2199-6702)로 요청하면 된다.

용산구 홈페이지에서 전자책으로도 볼 수 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용산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보고"라며 "바쁜 일상이지만 짬을 내서 역사 현장을 둘러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