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만 바라보지 않겠다"…남북관계 개선→북미대화 선순환 구상
코로나19·미국 대선 등 변수…총선 결과·시진핑 방한 등 영향도 주목

4·27 남북정상회담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공동의 목표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회담 결과물인 판문점선언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이후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을 이끄는 등 문 대통령이 구상한 '중재자'·'촉진자' 역할의 바탕이 됐다.
판문점선언을 시작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비롯해 한반도 평화가 성큼 다가올 것 같았으나, 문 대통령의 구상은 지난해 2월 북미 정상 간 '하노이 노딜'이라는 장벽을 맞닥뜨려야 했다.
비핵화와 그에 따른 상응 조치 등 구체적 방법론을 둘러싸고 북미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자 문 대통령이 운신할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평화와 번영의 신한반도체제 100년'을 국가비전으로 내세우고 정면 돌파를 다짐했다.
그로부터 석달여 뒤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의 회동도 이뤄졌으나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고, 문 대통령의 역할도 답보 상태다.

특히 남북미 정상 간 신뢰가 여전하다는 점은 문 대통령이 현 상황의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긍정적 여건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 중인 한국 국민을 위로하는 내용의 친서를 보내왔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 감사의 뜻을 담은 친서를 보내 굳건한 신뢰를 확인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달 22일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친서를 보낸 시점이 정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관계 추동 구상을 설명했다는 김 부부장의 발표는 문 대통령에게 고무적인 대목이다.
여기에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국정 동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점 역시 '촉진자' 역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눈길은 문 대통령이 어떻게 엉킨 실타래를 푸느냐에 쏠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독자적 남북협력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이는 최근까지 북미 대화에 남북관계의 보폭을 맞춰 온 선택이 그리 유효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북미 협상의 교착이 남북 대화를 가로막는 상황이 되풀이되거나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남북 대화를 재개하고 관계를 개선해 평화 무드를 살려내면 북미 간 비핵화 대화 역시 제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는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내놓고 있다.
정부는 최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거쳐 동해 북부선 사업을 조기에 추진하기로 하는 등 남북철도 사업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남북관계 복원 의지를 구체화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보건·방역 협력을 포함해 대북 개별관광,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등 대북 협력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구체적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국빈방한하면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도 있다.
다만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이 같은 구상이 순탄하게 실행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황폐화한 경제를 떠받치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당장은 남북관계가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미국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에 호재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선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