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갔다 눈사태로 4명 실종…꼭 100일 만에 교사 추정 시신 발견
'네팔 안나푸르나 눈사태' 충남 봉사단 교사 실종에서 발견까지
겨울방학을 이용해 네팔에 교육봉사활동을 하러 간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 4명이 지난 1월 17일 안나푸르나 인근을 트레킹하던 중 눈사태로 실종된 지 꼭 100일 만에 교사로 추정되는 시신 2구가 사고 현장에서 발견됐다.

주네팔 한국대사관 등 외교당국은 "현지 시각 25일 오후 3시께 사고 현장을 모니터링하던 주민 수색대장이 사고 현장 인근에서 시신 2구를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네팔 경찰과 현지 주민 등은 이 시신이 이번 실종자 중 두 명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신원을 파악 중이다.

◇ '갑작스러운 눈사태' 충남교육청 해외교육봉사단 4명 실종
네팔 안나푸르나 데우랄리(해발 3천230m) 인근에서 하산하던 충남교육청 해외교육봉사단 소속 교사 4명이 갑작스러운 눈사태로 실종된 것은 지난 1월 17일 오전 10시 30분∼11시께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위해 전날 데우랄리에 도착한 충남교육청 교육봉사단 9명은 산장에서 1박을 한 뒤 기상악화로 발길을 돌려 하산하던 길이었다.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치며 굉음과 함께 눈사태가 일행을 덮쳤다.

6m가량 앞서가던 선두그룹 4명의 교사와 현지인 가이드 등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나머지 교사와 일반 등반객들은 다른 가이드 안내에 따라 허겁지겁 다시 산을 올라 데우랄리 산장으로 되돌아왔다.

산장에서 하룻밤을 뜬눈으로 지새운 나머지 교사 일행은 다음날 출동한 구조헬기에 의해 무사히 안전지대로 내려올 수 있었다.

당시 이은복 충남도교육청 교육국장은 "교사들은 카트만두 지역 초·중학교 공부방 등에서 봉사활동 중이었다"며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금요일과 주말을 이용해 인근 지역 트레킹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네팔 안나푸르나 눈사태' 충남 봉사단 교사 실종에서 발견까지
◇ 실종자 수색 난항
사고 직후 데우랄리 인근 눈사태 현장은 엄청난 양의 눈과 얼음 무더기가 길가 계곡 아래까지 밀고 내려가 실종자 수색을 어렵게 했다.

KT 정보통신기술(ICT) 구조대를 이끌고 현장 수색에 나섰다가 귀국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실종자는 평균 10m 깊이의 얼음과 눈 아래에 묻혀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수색작업을 벌이던 현지 군경수색팀은 눈사태가 계속 발생하자 사고 일주일 뒤인 24일 수색을 잠정 중단했다.

2월 초 네팔산악가이드협회 주도로 민간구조전문가 25명이 현장 수색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철수했다.

2월 말에는 실종됐던 다른 그룹 소속 네팔인 가이드 시신이 발견됐지만, 한국인 일행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4월 들어 눈이 녹기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국가 봉쇄 조치가 걸림돌이 됐다.

네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발동한 봉쇄 조치 기간에는 수색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 '언제 쯤이나' 더딘 구조작업에 애 탄 가족들
사고 직후 즉시 충남교육청 현지지원팀과 함께 네팔로 간 실종자 가족은 악천후로 더딘 구조작업에 애를 태웠다.

가족들은 교육청에서 나온 심리상담교사의 도움을 받아 현지에서 구조작업 등을 지켜보고 현지 주민과 우리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실종 교사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25일까지도 실종자 가족 1명은 충남교육청 지원단과 함께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 남아 있었다.

실종자 가족은 봄이 되면서 눈이 녹자 사고 현장 인근 강에 실종자 유실 방지용 그물망 설치를 요구해 이를 실행하게 하기도 했다.

4월 들어 눈이 좀 더 녹으면서 지난 22일 한국인 교사 일행과 동행한 네팔인 포터(짐꾼) 시신이 발견되면서 실종 교사들도 조만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실종자 가족과 충남교육청 지원단의 요청 등으로 사고 현장 인근 마을 주민이 자체 수색대를 꾸려 매일매일 현장 상황을 살핀 것이 효과를 거뒀다.

'네팔 안나푸르나 눈사태' 충남 봉사단 교사 실종에서 발견까지
◇ 실종 교사 추정 시신 발견
이번에 실종 교사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한 것도 사고 현장을 모니터링하던 주민 수색대장이었다.

네팔 경찰과 현지 주민 등은 이들 시신이 실종 교사 중 두 명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신원을 파악 중이다.

시신 발견 당시 안개가 끼고 비가 내려서 본격적인 시신 수습은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다.

시신은 수습 후 군용 또는 민간 헬기로 인근 포카라를 경유 수도 카트만두 소재 국립 티칭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현재 사고 현장 부근에 비가 내리는 등 기상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시신 수습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주네팔대사관은 사고지역을 관할하는 현지 카스키 경찰청에 신속한 시신 수습 등을 요청한 상태다.

또 담당 영사를 티칭 병원에 대기시켜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할 예정이다.

◇ 충남교육청 수색작업 재개 요청
그동안 지원단을 보내 수색작업을 지원하고 실종자 가족을 도왔던 충남교육청은 실종 교사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됨에 따라 외교부와 긴밀히 협의해 통행 금지로 중단된 수색을 네팔 정부에 강력히 요청할 방침이다.

또 발견된 시신의 신원 확인을 위해 포카라에 있던 지원단과 실종자 가족이 카트만두로 가서 유류품 등을 살필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신원 확인을 통해 실종 교사가 맞는지 여부를 밝히는 일이 중요한 데 현지 기상여건 등이 안 좋아 제때 진행될지 불투명하다"며 "실종자 가족과 교육청 지원단이 현지로 가는 방안도 논의 중이나 네팔 입국 자체가 어려워 외교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네팔 안나푸르나 눈사태' 충남 봉사단 교사 실종에서 발견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