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권력남용·전체주의·국수주의 등 글로벌 세태 비판
"코로나19 대응책 중심·최전선에 '사람과 인권' 배치하라"
유엔총장 "팬데믹, 인권위기로 비화…탄압에 악용 말라"
전 인류가 직면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보건 위기가 인권 위기로 빠르게 비화하고 있다고 유엔 사무총장이 우려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3일(미국동부 현지시간) 공개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코로나19의 피해와 대응이 지역별로 큰 불균형을 보인다며 팬데믹 대응에서 "사람이, 그리고 인권이 최전선과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바이러스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을 목도했지만 바이러스의 영향은 차별적으로 나타난다"며, 이는 "공공 서비스 제공이 취약하고 접근성에도 구조적 불평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역간 피해 편차, 혐오 표현 증가, 취약 집단 공격, 보건 대책에 악영향을 미치는 공권력 과잉 우려 등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유엔총장 "팬데믹, 인권위기로 비화…탄압에 악용 말라"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또 팬데믹이 전체주의 국가에 인권을 탄압하는 핑곗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부 국가에서 종족-국가주의, 인기영합주의, 전체주의와 인권에 역행하는 움직임이 부상하는 가운데 위기를 팬데믹과 무관한 억압적 조처를 채택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특정한 나라를 명시하지는 않은 채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각 정부는 투명하고, 민첩하며, 책임성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비상사태'를 비롯해 어떤 긴급조처도 합법적이며 비례적이고, 필요하며, 비(非)차별적이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아울러 특정한 대상과 기간을 설정하고, (권리) 침해적 조처는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최선의 대책은 인권과 법치를 수호하면서 긴급한 위협에 비례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며, "위기의 시대에 인권을 존중함으로써 우리는 오늘의 비상사태와 내일의 회복에 더 효과적이고 포괄적인 해법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