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암 김성숙·신화 콘서트

▲ 계란껍질 두개골 원칙 = 브리 리 지음, 송예슬 옮김.
호주 퀸즐랜드 지방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근무한 저자가 '계란껍질 두개골(Eggshell Skull) 원칙'을 성범죄 사건이 지니는 특수성과 연관 지어 사법 시스템의 부당한 현실을 고찰하고 나아가 그 한계를 지적한다.

이 원칙은 사람의 머리를 한 대 쳤을 뿐일지라도 마침 그의 두개골이 계란 껍질만큼 얇아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면 가해자는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영미법상 법률 원칙을 말한다.

단 한 번이라도 성폭력을 당한 사람은 가해 행위의 경중과 관계없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릴 수 있으며, 그렇기에 피해자가 얼마나 연약한지와는 상관없이 가해자는 상대의 모든 피해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의 1부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성범죄 사건의 재판들을 다룬다.

저자 자신이 성폭력 피해를 겪은 적이 있기 때문에 가해자에게 너그럽고 피해자에게 엄격한 사회적 시선과 배심원단의 평결에 분노하고, 사법적 정의가 가닿지 못하는 어둡고 일그러진 현실에 좌절한다.

지방법원의 성범죄 재판을 다루면서 저자는 불안 증세가 심해져 폭식, 자해와 같은 극단적 행위를 하게 되고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의 낮은 자존감과 극심한 우울감이 성폭력 피해자의 증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자는 마침내 10여 년 전 그날의 사건을 끄집어내 자신을 성추행했던 지인을 법정에 세운다.

2부는 이 법적 싸움을 그린다.

'무죄 추정의 원칙'을 들어 성범죄 처벌 강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저자는 "왜 술에 취해 부주의하고 난폭하게 차를 운전한 남자는 유죄를 선고받지만, 똑같이 술에 취해 여성을 강간해놓고 성관계에 동의한 줄 알았다고 말하는 남자는 무죄를 선고받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카라칼. 504쪽. 1만8천500원.
[신간] 계란껍질 두개골 원칙
▲운암 김성숙 = 김삼웅 지음.
독립운동사 및 친일반민족사 연구가인 저자가 독립운동가 김성숙(1898~1969) 선생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정리했다.

김성숙은 식민지 백성으로 사는 것이 억울해 용문사에 들어가 승려가 되고, 나라 되찾는 3·1 혁명에 참여했다가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살이한 뒤 중국으로 건너가 신채호 등의 권유로 의열단에 가입해 일제와 싸운다.

25살에 망명해 해방 때까지 그의 이력은 의열단, 광둥꼬뮨, 중국대학 교수, 문필활동, 조선민족해방동맹, 조선민족혁명당, 조선민족전선연맹, 조선의용대, 임시정부 국무위원 등 독립운동의 최전선 활동으로 채워져 있다.

인생의 황금기 청춘을 오롯이 항일투쟁에 바쳤으나 해방된 조국에서는 한국전쟁 때 이승만 정권에 의해 부역자로 몰려 투옥되고 혁신 세력 통합운동을 벌이다 또 옥고를 치른다.

5·16 쿠데타 후에는 혁신계 인물로 찍혀 재차 옥살이하게 된다.

망명지 중국에서 현지 엘리트 여성과 결혼해 아들 셋을 뒀으나 해방과 함께 생이별하고 한중이 적대관계가 되면서 아내와 자식들을 생전에 다시 만나지 못했다.

남한에서 24년을 사는 동안 집 한 칸 없이 동가숙서가식하다가 지인들이 푼돈을 모아 방 한 칸을 마련해 줬으나 1년도 채 살지 못하고 71살에 눈을 감았다.

저자는 "일제강점기 가장 치열하게 항일운동을 했던 독립운동가들이 이승만·박정희 정권에서 암살·테러·투옥을 당하게 된 것은 민족정기나 사회정의를 내세우기 이전에 반이성, 몰상식의 극치였다"고 지적한다.

선인. 272쪽. 1만9천원.
[신간] 계란껍질 두개골 원칙
▲ 신화 콘서트 = 김상훈 지음.
'통 세계사' 시리즈로 유명한 역사 저술가가 인문학의 고향이며 모든 종교의 출발점이자 역사 이전의 역사인 신화를 '통'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그리스·로마, 북유럽,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도, 중국, 일본 등 7개 지역의 신화와 우리의 무속 신화를 종으로, 횡으로 오가며 여러 신화의 핵심적인 맥락을 짚고 각 신화 사이의 연관성을 파헤친다.

또 신화의 이야기들에 투영된 인류의 오랜 의식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준다.

각 신화를 일관하는 공통점 이외에 지역과 문명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설명한다.

예컨대 그리스·로마 신화와 북유럽 신화에서 거인은 천지를 창조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해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만 중국 신화의 거인 반고는 하늘과 땅을 분리하느라 1만8천년 동안이나 고생하다 죽음을 맞고 죽은 뒤 그의 몸은 세상을 창조하는 재료가 된다.

저자는 이 같은 차이에 대해 평야가 적고 산세가 험한 유럽에서 자연은 넘어서야 할 대상이었던 반면에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상대적으로 넉넉한 환경 덕분에 자연을 은혜로운 공간으로 달리 봤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저자는 신화란 문명에 의해 가공되기 이전 '날것' 그대로의 지식과 경험을 선사하며 그것이 오늘날까지 신화가 효력을 발휘하고 현대인의 일상에 침투할 수 있는 이유라고 강조한다.

행복한작업실. 428쪽. 1만6천500원.
[신간] 계란껍질 두개골 원칙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