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 에이브러햄 플렉스너·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 지음. 김아림 옮김. 아인슈타인, 쿠르트 괴델 등 유명한 과학자들이 몸담은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초대 소장인 에이브러햄 플렉스너와 현 소장이자 물리학자인 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가 쓴 에세이를 모았다.
플렉스너는 무용해 보이는 지식의 유용함을 이야기한다.
그는 "실용적 관점에서 보면 지적이고 영적인 삶은 표면적으로는 쓸모없는 유형의 활동"이라며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 활동에 탐닉하는 이유는 다른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 스스로 더 큰 만족을 얻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쓸모없는' 혹은 이론적인 지식이 쌓이면서 과학자는 더 쉽게 문제 해결을 하게 됐다고 강조한다.
즉 과학사에서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발명은 특정 학자 공적이 아닌 과학계 전체의 업적이라는 것이다.
데이크흐라프도 '내일의 세계'라는 글에서 "유용한 지식과 유용하지 않은 지식은 응용된 연구와 아직 응용되지 않은 연구로 구별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기초 연구가 자동으로 긍정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언제나 유념하자"고 제안한다.
책세상. 104쪽. 1만2천원.
▲ 친밀한 제국 = 권나영 지음. 김진규·인아영·정기인 옮김. 미국 듀크대 교수이자 문학 연구자인 저자가 일제강점기 조선과 일본을 '친밀성'이라는 주제어로 분석했다.
일제는 일본과 조선이 한 몸이라는 '내선일체'(內鮮一體) 표어를 내걸고 친밀함을 강요했고, 실제로 일부 한국인은 이러한 생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친밀성 이면에는 차별이 존재했다.
저자는 2·8 독립선언서를 썼지만 일제 말기에는 솔선해서 일본과 동화를 옹호한 작가 이광수, 일본에서 소수자 작가로 활동한 김사량, 조선에서 만주로 이주한 여류 소설가 강경애 작품을 고찰한다.
그는 "일본 문화계 인사들은 조선문학을 지방문학에 동화하려는 동시에 구별하려는 이중적 제스처를 보였다"며 "우리는 무해한 것처럼 보이는 문화적 생산물들이 실제로는 언제나 깊은 정치적 함의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명출판. 388쪽. 2만4천원.
▲ 모둠꽃밭 향기들 = 김두환 지음. '순우리말 시인'으로 알려진 김두환이 40여년간 쓴 시 510편을 모은 선집. 저자는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하고 약국을 경영하면서 시를 지었다.
저자는 머리말에 "늦깎이라서 항상 쫓겼던/ 마음엔 이젠 꽃들이 느긋이 웃는다// 고개를 번듯이 내밀어 보이면서/ 온몸도 당당히 앞차진다// 눈보라에 찢기면서도 아득바득 올랐던/ 자신을 이제야 휘- 양언한다"고 적었다.
고요아침. 1권 258쪽, 2권 276쪽, 3권 330쪽. 각권 2만5천원.
▲ 드라마를 보다 중국을 읽다 = 고윤실 지음. 중국 현대사회와 문화를 연구하는 저자가 중국 드라마 발전과정과 생산 메커니즘을 논했다.
그는 중국 드라마에 주목하는 이유로 중국에서 드라마 시청 행위가 일상 일부이고, 내용도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오락성과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대립하고 타협하는 중국 드라마를 분석한 저자는 "중국학에서 드라마는 예술성과 심미적 가치성이라는 측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학문적 연구 대상에서 경시됐지만, 중국 사회를 더욱 밀도 있고 다층적으로 들여다볼 새로운 방식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