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닫았다…외환위기급 '소비절벽'이 성장률 끌어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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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민간소비 -6.4% '쇼크'
항공업계·자영업자 직격탄
2분기 충격 본격화되는데…
항공업계·자영업자 직격탄
2분기 충격 본격화되는데…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소비자들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탓이 컸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민간소비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는 도소매업종 생산과 항공사가 포함된 운수업종 생산도 뒷걸음질 쳤다. 그나마 설비투자와 수출이 선전하면서 성장률이 -2%대로는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확산된 2분기에는 소비와 수출 등 실물경제 전반이 충격을 받으면서 1분기보다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소비가 국내총생산 3.1%P 갉아먹어”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1.4%)은 2008년 4분기(-3.3%) 이후 45분기 만에 최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극도로 부진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는 평가다.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6.4% 줄었다.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1분기(-13.8%) 후 가장 크게 줄었다. 한은은 1분기 민간소비가 국내총생산을 3.1%포인트 갉아먹은 것으로 추산했다.
민간소비가 줄어든 것은 코로나19로 가계 소비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한은이 발표한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에 비해 18.5포인트 급락한 78.4로 나타났다. 이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을수록 소비자 체감경기가 나쁘다는 뜻이다. 지난달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2.8) 후 가장 낮았다.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지난달 22일부터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소비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민간소비를 제외한 항목들은 그나마 나았다. 설비투자는 0.2% 늘었다. 아파트 건설과 공장, 물류창고, 댐, 교량 등을 아우르는 건설투자는 1.3% 증가했다. 정부소비도 0.9% 증가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일부 예산을 1분기에 당겨서 집행한 영향이다. 수출은 2% 줄어드는 데 그쳤다. 자동차 기계류 화학제품 수출 물량이 줄었지만 반도체 수출 물량은 증가했다. 2분기 침체골 더 깊어질 수도
성장률을 생산활동별로 살펴보면 항공업계와 자영업자의 팍팍한 현실이 오롯이 드러난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 분기 대비 2.0% 감소했다. 서비스업 가운데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는 도소매·숙박·음식업종의 생산은 6.5%, 항공업체가 포함된 운수업은 12.6%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자취를 감추고 내국인들도 씀씀이를 줄이자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의 생산도 1.8% 감소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서 부품을 조달하지 못해 공장 가동을 멈춘 제조업체들의 실적도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자영업자와 기업의 위기는 고용·소비에 재차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실적이 훼손된 기업이 고용을 주저하면 가계의 소비 여력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취업난은 지난달부터 현실화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60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5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10년2개월 만에 처음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코로나19 충격→내수 위축→기업 실적 감소→고용 감소→내수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분기 성장률 전망도 어둡다. 소비가 갈수록 위축되는 데다 수출길이 본격적으로 좁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핵심 수출시장인 미국·유럽이 뒤늦게 코로나19 충격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각국의 공장이 방역을 위해 가동을 멈추는 등 글로벌 공급망 붕괴 조짐도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20일 수출이 217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6.9% 줄었다. 소비와 수출이 ‘쌍끌이 부진’에 빠지면서 올해 2분기 성장률이 1분기를 밑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2분기 성장률이 -1%대 후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정부가 경제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소비가 국내총생산 3.1%P 갉아먹어”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1.4%)은 2008년 4분기(-3.3%) 이후 45분기 만에 최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극도로 부진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는 평가다.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6.4% 줄었다.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1분기(-13.8%) 후 가장 크게 줄었다. 한은은 1분기 민간소비가 국내총생산을 3.1%포인트 갉아먹은 것으로 추산했다.
민간소비가 줄어든 것은 코로나19로 가계 소비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한은이 발표한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에 비해 18.5포인트 급락한 78.4로 나타났다. 이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을수록 소비자 체감경기가 나쁘다는 뜻이다. 지난달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2.8) 후 가장 낮았다.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지난달 22일부터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소비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민간소비를 제외한 항목들은 그나마 나았다. 설비투자는 0.2% 늘었다. 아파트 건설과 공장, 물류창고, 댐, 교량 등을 아우르는 건설투자는 1.3% 증가했다. 정부소비도 0.9% 증가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일부 예산을 1분기에 당겨서 집행한 영향이다. 수출은 2% 줄어드는 데 그쳤다. 자동차 기계류 화학제품 수출 물량이 줄었지만 반도체 수출 물량은 증가했다. 2분기 침체골 더 깊어질 수도
성장률을 생산활동별로 살펴보면 항공업계와 자영업자의 팍팍한 현실이 오롯이 드러난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 분기 대비 2.0% 감소했다. 서비스업 가운데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는 도소매·숙박·음식업종의 생산은 6.5%, 항공업체가 포함된 운수업은 12.6%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자취를 감추고 내국인들도 씀씀이를 줄이자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의 생산도 1.8% 감소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서 부품을 조달하지 못해 공장 가동을 멈춘 제조업체들의 실적도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자영업자와 기업의 위기는 고용·소비에 재차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실적이 훼손된 기업이 고용을 주저하면 가계의 소비 여력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취업난은 지난달부터 현실화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60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5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10년2개월 만에 처음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코로나19 충격→내수 위축→기업 실적 감소→고용 감소→내수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분기 성장률 전망도 어둡다. 소비가 갈수록 위축되는 데다 수출길이 본격적으로 좁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핵심 수출시장인 미국·유럽이 뒤늦게 코로나19 충격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각국의 공장이 방역을 위해 가동을 멈추는 등 글로벌 공급망 붕괴 조짐도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20일 수출이 217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6.9% 줄었다. 소비와 수출이 ‘쌍끌이 부진’에 빠지면서 올해 2분기 성장률이 1분기를 밑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2분기 성장률이 -1%대 후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정부가 경제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