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지구공동체 시대의 코로나 바이러스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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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창수 주가봉 대사
![[특별기고] 지구공동체 시대의 코로나 바이러스외교](https://img.hankyung.com/photo/202004/AKR20200421134800504_01_i.jpg)
아프리카는 그간 세계 경제와의 통합에서 가장 뒤처져 있고, 여타 지역과 인적 교류가 가장 적은 대륙이었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시아를 뒤흔들던 2월 초만 해도 먼 나라 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유럽과 미주지역으로 삽시간에 퍼져가고 특히 유럽국가와 교류가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서 출입국으로 인한 감염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자 공포와 불안이 급속도로 퍼져갔다.
코로나19 확산 피해가 극심한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인구 1만명당 의사 수는 30여명인데 비해 아프리카에서는 평균 인구 1만명당 의사 수가 1명, 인구 1천명당 병원 침대 1개에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가 얻은 교훈이라면 바이러스는 마치 인터넷처럼 보이지 않는 속도로 이동하며 전 세계를 하나의 운명으로 몰아넣는다는 것이다.
이제는 모두가 더욱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전 지구적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사슬은 그 가장 약한 고리에서 전체의 강함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사는 지구 공동체도 가장 약한 고리인 아프리카가 전체 공동체의 안전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는 검사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실제 확진자와 사망자는 드러난 것보다 많고, 앞으로도 급속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세계적 협력과 연대는 이제 도덕적 당위성뿐 아니라 우리 공동 이익을 실현을 위해 긴요하다고 했다. 아프리카의 코로나19 확산에 우리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아프리카는 제반 보건의료 인프라가 모두 취약하지만, 우선 코로나 대응을 위해 가장 시급한 필수 장비인 진단키트가 부족하고 공급이 시급하다.
선진국에서조차 부족한 진단키트를 이곳 아프리카에서 구하기는 더욱 어려웠지만, 우리 주가봉대사관과 가봉 정부는 긴밀한 협력 속에 우선 5만개의 국산 진단키트를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업체를 물색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수송을 해야 하는 단계에서는 가봉의 모든 항공편이 봉쇄된 상황에서 가봉 정부가 직접 임차 전세기를 띄우기로 했고 진단키트 사용법 교육을 위해 가봉 의료진을 함께 파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가봉 정부와의 협의는 몇 안 되는 대사관 직원들을 밤낮없이 매달리게도 했지만, 지속적 대화 과정에 뜻밖의 성과를 안겨주기도 하였는데, 사업 수행 후 귀국에 애로를 겪고 있던 우리 기업 직원들을 가봉 정부가 직접 수송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특별기고] 지구공동체 시대의 코로나 바이러스외교](https://img.hankyung.com/photo/202004/AKR20200421134800504_02_i.jpg)
대사관으로서는 결국 가봉의 방역 수요 충족을 위한 진단키트의 수출과 우리 국민의 안전한 귀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협력 사례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4월 18일 가봉으로 돌아온 가봉 전세기에는 진단키트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 지원한 무상원조 의약품도 함께 실려 왔다.
수교 58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닌 한국-가봉 간의 우호 관계는 금번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두 국가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유대감이 더욱 굳건해졌다.
진단키트 수출을 통해 가봉은 우리나라가 다른 과학기술뿐 아니라 의료기술도 우수하다는 것을 더욱 잘 알게 되었고, 가봉을 비롯해 여러 아프리카 국가는 우리나라의 선진방역시스템에 대한 더 큰 신뢰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신뢰는 향후 우리 외교가 활용할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물리적으로 한 운명을 살아가는 지구공동체의 관점에서 서로 관계를 다시 재정립해야 한다. 상대가 누구든 지속적인 신뢰 구축은 위기상황에서 우리에게 큰 자산이 되어준다.
이번 진단키트 수출은 양국 간 오랜 우호 관계에 기반한 신뢰를 토대로 위기가 기회를 만든 경우이다.
이제 아프리카에서까지 의료 선진국으로 한 단계 더 높은 위상을 확보한 우리나라가 이러한 신뢰를 다방면으로 확장해 나감으로써 앞으로 한-가봉 그리고 한-아프리카 간 우호협력과 교류가 지속 확대되어 나가길 기대해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