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년의 수업 = 김헌 지음.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스 비극, 역사, 철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학생들에게 항상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거듭해 질문하다 보면 답은 틀릴 때가 있지만, 그 답을 자극했던 질문 자체는 틀릴 리가 없으며 질문 없는 삶이란 인생이란 바다에서 어디로 노를 저을지 모른 채 이리저리 휩쓸려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그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 9가지를 정리했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답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사는가', '잘 적응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등이다.
그리스와 로마를 비롯한 고대 철학과 문학이 이 같은 질문을 어떤 방식으로 제기했는지를 살펴보면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또 질문의 기초로서 사실 확인과 질문의 기본으로서 맥락 파악, 그리스인들이 가치를 판단하는 방법 등 올바로 질문하는 길도 안내한다.
다산초당. 316쪽. 1만6천원.
▲ 뉴턴의 아틀리에 = 김상욱·유지원 지음. 미술관에서 과학을 보는 물리학자와 과학에서 예술을 읽는 타이포그래퍼가 신문에 게재했던 공동 칼럼을 보강해 책으로 다시 엮었다.
이야기, 소통, 죽음, 감각, 인공지능, 상전이 등 26개의 주제에 관해 과학자는 예술적으로, 예술가는 과학자처럼 말하려 한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그림이 예술인지에 관해 예술가는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아직 인공지능과 컴퓨터가 예술 창작의 주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기계가 인간의 산물인 이상 '기계 예술'은 기계와 인간의 합작품이며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예술가가 면밀히 구상해낸 전략이라는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인간 아닌 기계가 예술의 단독 주체가 되는 미래가 올 수 있다"고 본다.
같은 문제를 두고 과학자는 "예술의 주체가 인간이라고 할 때 여기서 말하는 인간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라고 질문을 던진 뒤 "이 문제는 논리나 예술이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인지 모르겠다.
법인과 같이 인간이 자신이 가진 예술적 권리의 일부를 인공지능에 양도하기로 결정한다면 그때부터 인공지능은 예술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민음사. 440쪽. 1만9천원.
▲ 심연호텔의 철학자들 = 존 캐그 지음, 전대호 옮김. 대학교 철학 교수인 저자가 니체의 흔적을 따라간 두 번의 알프스 여정과 그곳에 남은 니체의 발자취, 니체 철학에 대한 고찰을 기록했다.
자라투스트라가 탄생한 알프스의 질스-마리아를 처음 찾았던 19세 때 저자의 목표는 높고 비탈지며 위험한 코스를 따라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었으나 이 여정은 자칫하면 자살로 마무리될 뻔했다.
니체가 거기서 자신을 돌아봤듯, 그도 그의 심연을 들여다봤고 심연도 그를 들여다봤다.
살을 에는 듯한 고독과 끝 모를 갈구는 그의 정신을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단식을 감행하다 크레바스로 몸을 던지기 직전 그는 겁에 질려 산행을 멈춘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의 죽음을 떠올렸고 니체처럼 아버지를 갈망한다.
알프스에서 돌아온 뒤에도 니체 철학의 우울한 힘에 사로잡혀 있던 그는 17년 뒤 한 집안의 가장이 돼 가족과 함께 알프스를 다시 찾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니체를 마주친다.
전에 그를 무너뜨릴 뻔했던 니체 철학은 이제 그의 삶을 고치는 망치가 되고 그의 안온한 삶을 부숴나가며 그의 삶을 개선하는 도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