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 박수근'·'내 아버지 장욱진' 출간
큰딸이 추억하는 박수근·장욱진 화백의 삶
박수근(1914~1965)과 장욱진(1917~1990)은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1세대 서양화가다.

한국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으로 추앙받는 이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박수근과 장욱진의 큰딸들이 아버지를 회고하는 책 '내 아버지 박수근'과 '내 아버지 장욱진'이 출간됐다.

박수근의 장녀 박인숙(76) 씨는 위대한 화가이기 전에 다정하고 따뜻한 아버지로 박수근을 추억한다.

박수근은 한국적이고 서민적인 화풍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국민화가'로 불리는 작가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호당 가격이 가장 높은 작가로도 꼽힌다.

하지만 그는 당대에는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가난한 시절을 보낸 슬픈 운명의 화가였다.

저자는 "아버지는 불행하게도 돌아가시기 전까지 고독과 가난과 병고에 시달려야 했다"며 "현대 화단에서 '위대한 화가 박수근의 타계'라는 역사적인 기록으로 회자하는 1965년은, 나에게 있어 그저 가난하고 병든 내 아버지가 슬프게 숨을 거둔 한해였다"고 적었다.

가족과 이웃과 마을을 사랑했던 아버지 박수근,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을 거치며 격동의 시대를 산 인간 박수근, 간경화로 고통받던 마지막까지 그림을 그렸던 화가 박수근의 면모가 조명된다.

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한 저자는 교장직을 마치고 은퇴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림도 그렸으며, 현재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가족과 나무, 아이, 새 등 일상의 이미지를 소박하고 정감있게 그린 장욱진의 인생은 장녀 장경수(75)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명예관장이 돌아봤다.

아버지 장욱진의 삶과 그림에 대한 태도, 가족에 대한 사랑을 전한다.

역시 어두운 역사 속에서 화가로 일생을 보낸 장욱진은 평생 명예나 돈을 좇지 않고 철저히 그림에만 몰두했다.

전쟁 이후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지만 1960년 물러난 후 오로지 화가로 살았다.

저자는 "섬세하고 예민한 아버지에게는 너무 혹독한 세월의 연속이었다"며 "그 어려운 세월을 '나는 그림 그린 죄밖에 없다'라고 하시며 평생 붓 하나 들고 철저하게 외통수로 흔들림 없이 화가의 길을 가신 분이 우리 아버지"라고 썼다.

자신만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일궈낸 장욱진의 그림에 대한 태도도 엿볼 수 있다.

미술사조가 밀려와도 자신의 길을 걸었던 장욱진은 작품이 크기에 따라 팔릴 때 손바닥보다 작은 그림을 그렸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림을 나눠주기는 해도 팔지는 않았다.

저자는 서울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를 했으며 현재 장욱진미술문화재단 이사, 경기여고 경운박물관장 등도 맡고 있다.

삼인. 304·258쪽. 각권 1만6천5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