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하루 만에 다시 1900선 아래로 내려왔다. 외국인은 순매도로 돌아섰으나 장을 지켜온 개인투자자들은 1조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증시 향방을 두고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이유로 ‘V자형’ 안도 랠리를 점치는 반면, 실물지표 악화에 따른 2차 급락 이후 다시 반등하는 ‘W자형’ 회복 경로를 점치는 기관도 여럿 등장했다.

"V자형 랠리 진행" VS "2차 급락 온다"
20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84%(16.17포인트) 하락한 1898.36에 마감했다. 지난 17일 약 한 달 만에 순매수세를 보였던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94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는 958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1381억원)까지 합치면 이날 개인의 순매수 규모는 1조965억원으로 불어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국채 매입 축소 발표에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가 강해지면서 수급 부담이 증시에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소폭 조정에도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목소리는 여전하다. ‘V자 반등’을 주장해온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정점을 지났고,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면서 사태 극복에 대한 기대가 쌓이고 있다”며 “코스피지수는 상반기 중 2000대를, 하반기에는 2100선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각국 정부가 내놓은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 역시 증시 반등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Fed를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자산 매입에 힘입어 시장에는 풍부한 유동성이 풀려 있다”며 “각국 정부가 취했던 폐쇄 조치가 단계적으로 완화되면서 증시는 상승 방향성을 갖고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중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되더라도 증시의 완전 회복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코스피지수가 또 한 차례 급락해 ‘이중바닥’을 형성한 뒤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기의 타격이 속속 지표로 확인될 것이란 게 주된 근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4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을 것이라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 작년 10월 발표 때보다 3.4%포인트 낮은 -1.2%로 조정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정점을 지났다고 하더라도 무너진 글로벌 밸류체인의 회복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며 “세계 각국의 경제지표가 크게 악화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악재성 뉴스에 따른 2차 조정으로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익선 한화자산운용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유동성 정책의 시차효과 등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는 올 하반기 이후에나 의미 있는 추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