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배터리가 `발목`...LG화학 신용강등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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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E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 LG화학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22.9%. 그동안 줄곧 2위 자리를 지켰던 중국 CATL을 제치고 처음으로 2위에 올랐다. 지난 2월에는 7% 가까이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29.6%의 점유율로 1위인 일본 파나소닉과의 격차를 좁혀갔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LG화학이 테슬라와 주로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파나소닉보다 수주 우위에 있어 조만간 점유율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LG화학은 최근 신용등급 하향 조정 위기를 맞으며 독주 채비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전지 사업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는 늘었는데, 코로나19 세계 대유행(팬데믹)으로 산업 환경이 불리해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은 기초유분부터 중간원료, 합성수지, 합성고무까지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종합 석유화학회사로 시작해 90년대부터 전지와 첨단소재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와 신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자동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지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중단기적으로 핵심사업인 석유화학과 전지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 자금 소요를 계획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LG화학의 연결기준 CAPEX(미래이윤 창출위한 지출비용) 규모는 2015년 1.5조원에서 2019년 6.4조원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동 투자 관련 자금소요로 총차입금 규모는 2015년 말 2.6조 원에서 2019년 말 8.4조 원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석유화학 호황기였던 2016년부터 2018년 상반기에는 매우 우수한 수익성 및 현금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차입 부담이 일정 수준 이내로 관리됐지만, 최근 불리한 산업환경에 따른 석유화학 사업 부문의 실적 저하 및 배터리 부문의 수익창출 지연 등으로 LG화학의 신용등급 하향 검토 지표인 [총차입금 /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2019년 말 현재 3.1배로 하향검토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총차입금/EBITDA]가 3배 수준일 때 신용등급 하향 검토 지표로 읽힌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수석연구원은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시기에도 LG화학은 올해도 6조 원가량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자금 흐름상 과거 대비 부담감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차익 부담도 커졌을 거다. 현금창출 능력 대비 차입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점은 회사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CAPEX로 대규모 자금 소요가 예정된 점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장기화로 전기차의 생산 및 수요 부진이 실적 개선을 제약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점을 감안할 때, LG화학의 현금창출 능력 개선에도 불구하고 현금창출 능력 대비 높은 차입 부담은 중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배터리 부문은 여전히 수익창출이 지연되는 데다 주력 ‘캐시카우’였던 석유화학 부문마저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오일 전쟁 등 업황 악화로 실적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LG화학의 기업 신용등급과 선순위 무담보 채권 등급을 종전의 ‘A3’에서 ‘Baa1’으로 하향 조정하고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을 유지한 바 있다.
무디스는 “석유화학 스프레드(제품과 원료의 가격 차)의 지속적인 약세와 높은 수준의 설비투자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난해 상당히 나빠진 LG화학의 재무 레버리지 비율이 향후 1∼2년간 의미 있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LG화학의 신용등급이 `안정적` 수준인 `AA+`인 점과 차입 부담 완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의 일부 취소 및 이연 등 CAPEX 절감 관련 재무구조 개선안을 계획하는 것으로 파악되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나신평은 “2020년 상반기 정기평가 과정에서 LG화학의 재무구조 개선안 내용과 효과 등을 면밀히 분석해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자금 조달 금리가 상승하고 투자 수요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량’에서 ‘비우량등급’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질 경우 회사채 발행에 적용되는 민평금리는 평균 260bp 가량 급상승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6일, 사내메시지를 통해 "위기가 오면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일은 바로 현금 확보"라며, "LG화학도 현금 흐름을 개선해야 한다. 투자와 비용 지출 등 올해의 계획들을 다시 챙겨 변화된 상황에 맞게 비상경영 체제(contingency plan)를 재검토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송민화기자 mhs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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