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도 미·중 협력은 커녕 관계 '악화일로'
트럼프에 반격하는 中…"美 연방 아닌 주 정부 상대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급속히 확산하는 코로나19에 대한 글로벌 대응을 위해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제로는 양국의 대립과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중국에 대한 날 선 발언을 이어가고 있으며, 중국도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국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책임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그에 따른 일종의 결과가 있게 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실수였다면 실수는 실수로 받아들이겠지만, 고의적인 책임이 있다면 그에 따르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시작하기 전에 중국에서 막을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며 "그것 때문에 이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중심적이라고 비난하면서 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 중국도 서슴없이 맞받아치고 있다.

무역 협상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발언에 대응을 삼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세계화연구소의 가오즈카이(高志凱)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미국의 어떠한 정치인도 중국을 비난할 명분이 없다"며 "편견과 편협함은 코로나19만큼이나 나쁜 것"이라고 질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 미국 연방정부를 상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 총편집인 후시진(胡錫進)은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를 힘들게 할 조처를 해야 한다"며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아닌 주 정부에 응급 의료장비를 수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입지를 약화하기 위해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등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주 정부와 직거래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민간 차원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에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인사들이나 관심을 보일 뿐 현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관심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류웨이둥(劉衛東) 미·중 관계 연구원은 "코로나19, 기후변화 등 글로벌 도전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공동 노력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있다"며 "백악관은 이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량윈샹(梁雲祥)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중국과 미국이 협력 방안을 논의할 회담을 개최할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회담이 양국의 전략적 경쟁 구도를 바꿔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