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이념·세대 새 좌표' 목소리…"지도체제 개편보다 끝장토론 먼저"
'김종인 비대위' 등 내일 의총서 격론 예고…"외부인에 못맡겨" 반발도
'난파선' 통합당 노선투쟁…'김종인 비대위' 놓고 자중지란도(종합)
4·15 총선 참패로 '난파'한 미래통합당의 항로를 놓고 당내에서 노선투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당장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같은 수습책이 거론되지만, 현재의 통합당에는 누가 구원투수로 등판해도 '땜질 처방'을 내놓는 데 그칠 것이라는 게 당내의 지배적인 상황 인식이다.

이에 따라 국민들로부터 혹독한 심판을 받은 통합당이 당의 뿌리인 '정체성'부터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유의동 의원은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새 지도부 구성보다 중요한 것은 당이 이제 어떤 방향을 향할지에 대한 컨센서스"라며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황교안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붕괴한 당 지도 체제를 서둘러 재구성하는 것보다는 과반을 자신했던 통합당의 시각과 국민 판단의 괴리를 되짚고, 그 원인을 찾는 '끝장 토론'이 수습의 선결 과제라고 제언했다.

'난파선' 통합당 노선투쟁…'김종인 비대위' 놓고 자중지란도(종합)
당내에선 참패를 계기로 통합당의 핵심가치를 재정립하는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정병국 의원은 통합당의 제1의 가치인 '자유'를 '시민의 보편적 자유' 등으로 실질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의원은 통화에서 "통합당은 '여당이 다수당이 되면 사회주의가 될 것'이라 해왔다"며 "그런데 보수정당이 역사적으로 시민의 자유를 얼마나 생각했었느냐. 늘 자유를 부르짖으면서 국가, 반공을 위한 자유였지 않았느냐"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통합당 회의실에 이승만·박정희·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이 나란히 걸린 점을 정체성 모순의 상징으로 봤다.

그는 "서로 투쟁하던 사람들을 '우리 당의 정체성'이라고 한 데 걸어놓은 것이다.

저도 용납이 안 되는 데 국민이 용납하겠느냐"라며 "더는 수단으로서 자유를 가져가선 안 된다"고 했다.

이념적으로는 '친박', '태극기' 등 강경 우파와 '절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수층에서도 극소수인 '아스팔트 우파'의 목소리가 유튜브 등으로 과대 대표되면서 통합당이 온건 우파·중도의 표심을 읽는 데 실패했다는 논리다.

서울 송파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탄핵 사기' 등을 외친 태극기 부대와 결별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다가 30∼40대가 등을 돌렸다"며 "통합당에 필요한 것은 과거와의 완전한 결별"이라고 주장했다.

당의 패배를 세대교체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합당 복당을 예고한 무소속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는 통화에서 "'뉴맨'이 나와야 한다.

영국 보수당에서 30대 데이비드 캐머런이 당수로 등장했을 때 '저게 누구냐'라고 했던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병국 의원은 "그 지지층, 그 당원으로 백날 혁신해봐야 난국을 돌파할 수 없다"며 인적 쇄신을 강조했다.

'난파선' 통합당 노선투쟁…'김종인 비대위' 놓고 자중지란도(종합)
당내에선 위기 극복을 위해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이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직을 타진한 상태이기도 하다.

21대 국회 당내 최다선(5선)이 되는 정진석 의원은 통화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전제는 본인 결심과 당선자 중지가 모여야 한다"며 "이번 주 다른 의원들과 연락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했다.

불출마한 이주영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현직 의원·당선자 합동 의원총회를 열어 중론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거세다.

보수성향 인사들이 주축인 시민단체 '국민통합연대'는 성명에서 통합당 해산과 중도실용 정당으로의 재창당을 주장하면서 김 위원장을 겨냥해 "4·15 총선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인사는 비대위원장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 3선이 되는 김태흠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김 전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영입 시도가 당내 논의 없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하든 비대위 체제로 가든 당의 미래는 당내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툭하면 외부인에게 당의 운명을 맡기는 정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현 지도부의 거취와 관련, 5선에 성공한 주호영 의원은 통화에서 "당선자 총회를 통해 차기 원내대표를 빨리 뽑아 이번 임시국회와 개원 협상을 맡겨야 한다"며 조속한 지도부 교체를 요구했다.

무소속으로 대구에서 당선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대표를 향해 서울 구로에서 낙선한 김용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선거 다음날 춤을 추려고 했고, 바로 대선 얘기까지 하셨더군요"라며 "부디 기뻐하는 것은 대구 안에서 그쳐 달라"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홍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강효상 의원이 김 의원을 향해 "구로에 낙하산 공천을 받아 갈등을 야기했던 자가 '막장 공천'의 최대 피해자인 홍 전 대표에게 무슨 자격으로 도리 운운하느냐"고 공격하는 등 통합당에선 무소속 당선인의 복당을 놓고도 자중지란이 이어졌다.

통합당은 20일 오후 본회의 전 총선 이후 첫 의원총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참패의 원인과 새 지도체제 구성을 둘러싼 격론이 펼쳐질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