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촉천민은 바이러스 전파 우려로 바깥출입 봉쇄돼
썩은 바나나·길바닥 우유로 연명…봉쇄 후 印빈민 삶 나락으로
인도에 발동된 국가 봉쇄 조치로 나락으로 떨어진 빈민의 처참한 상황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인도 일간 NDTV는 16일 화장터 인근에서 썩어가는 바나나를 먹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모습을 전했다.

영상을 살펴보면 남루한 모습의 남성들이 수도 뉴델리의 야무나 강변에 버려진 바나나 더미에서 먹을만한 것을 고른다.

일부는 그 자리에서 껍질을 까 바나나를 먹었고 일부는 가방에 챙긴 뒤 자리를 떴다.

이 바나나들은 화장 예식에 제물로 사용된 뒤 강변에 버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NDTV는 보도했다.

남성들은 봉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일자리를 잃은 이들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허기에 지친 나머지 썩어가는 장례 음식에까지 손을 댄 것이다.

한 노동자는 "나는 3∼4일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며 "일을 못 해 돈이 없고 배가 고프다"고 하소연했다.

인도 연방정부와 주정부 등은 이들을 위해 숙소와 먹을 것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상당수가 무방비 상태로 거리로 내몰린 셈이다.

이들은 최근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며 아수라장을 빚기도 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수십만명의 일용직 노동자와 가족이 뉴델리 탈출을 시도했고, 봉쇄 조치 연장이 발표된 지난 14일에는 뭄바이 등에서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현재 인도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40일간의 국가 봉쇄령을 내린 상태다.

썩은 바나나·길바닥 우유로 연명…봉쇄 후 印빈민 삶 나락으로
NDTV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도는 영상을 인용, 최근 길바닥에 쏟아진 우유를 쓸어 담는 빈민의 처참한 모습도 공개했다.

영상 속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의 한 빈민은 역시 봉쇄 조치로 인해 생계가 위협받자 도로에 흘러내린 우유를 모아 용기에 담았다.

영상에는 빈민 옆에서 떠돌이 개들이 함께 우유를 핥는 충격적인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썩은 바나나·길바닥 우유로 연명…봉쇄 후 印빈민 삶 나락으로
CNN방송은 특히 인도의 최하층민인 달리트(힌두 카스트의 불가촉천민)가 최근 큰 어려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봉쇄령이 내려지자 이들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봉쇄 조치 중에도 식자재 등 필수품 구매를 위한 외출은 허용되지만, 상당수 달리트들은 바깥출입이 불가능한 형편이다.

이들을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있다며 중상 카스트 계층 주민들이 달리트의 외출을 막았기 때문이다.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에 사는 임신 9개월의 폴라마는 "우리는 죄수처럼 갇혔다"며 "우리는 우유 공장 옆에 살고 있지만 내 아이들을 위한 우유는 한 방울도 없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사람들은 우리를 불결하다고 부르고 우리가 병을 퍼트린다고 한다"고 말했다.

인도 내에는 달리트 같은 최하층 인구가 3억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도에는 16일 오전 10시 현재 1만2천380명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