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묻히며 쟁점화 불발
與, 재난지원금 등 이슈도 선점
통합당 잇단 '막말' 수도권 악영향
막판 읍소 전략에도 큰 차이로 패배
양당 대결구도, 제3 정당은 퇴조
(1) 국난극복에 힘 실은 민심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긍정적인 평가를 얻으면서 여당의 ‘국난극복’ 프레임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책분석실장은 “총선 바로 직전 이슈가 가장 중요한데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해외 상황과 비교되며 표를 끌어모았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한 달간 꾸준히 고공행진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유권자 이모씨(35)는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시비를 걸어 괜한 분란을 일으키기보다 지금은 위기인 만큼 집권당에 지지를 보내야 할 때라고 봤다”고 했다.
통합당의 ‘정권심판론’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유권자에게 크게 먹히지 않았다. 여당에 불리한 이슈로 여겨졌던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 등도 선거 국면에서 부각되지 않았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여당에 불리한 이슈가 많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모든 상황을 압도하며 다 덮였다”고 분석했다.
(2) ‘현금 살포’로 얻은 표심
민주당과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 등 초반 경제지원 이슈를 선점한 것도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통상적으로 현금 지원 정책은 여당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경제적 지원을 받은 계층뿐만 아니라 지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에도 지지율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상대적으로 ‘선별적 지원’을 강조한 통합당은 이슈 선점에서 밀렸다.
민주당 지도부가 지원금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유세를 펼친 게 유권자에게 호소력이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서울 광진을 유세에서 “고민정 후보가 되면 코로나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한다는 느낌을 줬다”고 평가했다.
(3) 제3정당 돌풍도 없었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진 상황에서 민생당과 정의당 등 군소정당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민주당으로 표가 쏠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4년 전 총선 때는 국민의당이 호남지역에서 선전하며 민주당이 상당수 의석을 내줬지만 이번엔 민주당이 호남 의석을 사실상 싹쓸이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뒤 민주당이 여권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전략을 편 것도 결과적으론 의석수 확보에 긍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통합당은 선제적으로 미래한국당을 창당했지만 민주당이 맞불 작전을 펴면서 사실상 큰 효과를 얻는 데 실패했다.
(4) 통합당은 ‘막말 논란’ 타격
통합당은 선거 막판 수도권 후보들의 ‘막말 논란’ 등으로 악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무당층도 정권 심판이 아니라 ‘통합당 심판’을 택하게 했다는 것이다. 박상병 평론가는 “중도보수층이 통합당을 지지할 명분이 크지 않았다”며 “공천파동과 막말, 징계 등으로 이어지는 악수가 반복되면서 국민이 통합당을 표로 심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5) 흔들린 황교안 리더십과 인재난
지난해 2월 출범한 ‘황교안호(號)’는 황 대표의 여러 말실수에 더해 당내 분란 등을 겪으며 여러 차례 파열음을 냈다. 어렵게 유승민계(새로운보수당)와의 통합에는 성공했지만 중도층 유권자가 바라는 쇄신에 이르진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종훈 평론가는 “보통은 여당이 못해서 야당이 반사이익을 봤는데 이번엔 반대”라며 “전반적으로 정권심판론까진 아니더라도 정권견제론 정도의 민심은 형성돼 있었는데 통합당이 자충수로 표를 다 까먹었다”고 했다.
인재 영입과 육성에도 실패했다는 평가다. 새로운 인물 없이 공천을 ‘돌려막기’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통합당이 참패를 면하면서 개헌저지선을 지킨 것에 대해 유권자들이 ‘균형’을 맞춘 것이란 평가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합당이 막판에 읍소전략으로 선회한 게 일부 먹히면서 유권자 균형심리가 작동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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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이 기자 koko@h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