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후 세계 첫 전국선거…"세계가 한국의 실험적 투표 따라하게 될 것"
'생활방역' 전환 길목에서 치러지는 총선…"봉쇄없는 감염병관리 시험대"
총선날 사회적 거리두기 무력화 가능성도…"사회적 연대의식 보여달라" 당부

우리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전국 단위의 선거를 치르며 방역 시험대에 올랐다.

코로나19 시대에 펼쳐지는 사상 초유의 '선거 방역'은 선거를 연기했거나 앞둔 세계 각국에 '로드맵 제시'의 의미가 있다.

국내적으로는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을 결정할 수 있는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5일 실시되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코로나19로 인해 특별하게 치러진다.

'어린 자녀를 동반하지 않는다', '발열검사를 받고 손소독제를 쓴 후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한다', '다른 선거인과 1m 이상 거리를 둔다', '대화를 자제한다' 등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유권자 행동수칙이 생긴 선거다.

코로나19 환자와 접촉했거나 해외에서 입국해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유권자에게도 1시간 40분간의 외출을 허용해 참정권이 보장된다.

전염병 확산으로 많은 나라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연기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15개 이상의 주(州)가 대선 주자 경선을 연기한 미국, 지방선거를 1년 미룬 영국, 지방선거 2차 투표를 6월로 연기한 프랑스 등 세계의 이목이 우리나라 총선에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선거가 무난하게 진행되고 투표를 위한 대규모 외출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면 한국의 투표 절차는 코로나19 시대의 투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13일(현지시간) "조만간 선거를 치를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정부는 한국의 실험적 투표를 바짝 따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적으로 이번 선거는 사람 간 접촉을 가급적 제한하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일상생활과 방역이 조화를 이루는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는 길목에서 치러지는 것으로, 방역상 어떤 성적표를 받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고강도 거리두기 이후 신규 확진자가 크게 줄었고, 최근 일일 확진자가 20∼30명선으로 유지되면서 생활방역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태다.

정부가 생활방역 기본조건으로 제시한 '일일 확진자가 50명 미만 유지', '감염경로 미확인 환자 비율 5% 미만'이라는 조건은 이미 갖춰졌다.

이는 중국과 미국, 상당수 유럽국이 단행한 고강도 봉쇄·폐쇄 조치없이 이뤄낸 성과로, 총선이라는 길목을 어떻게 통과하느냐가 중요하다.

사전투표와 부활절 행사를 거쳐 총선이라는 위험 지역까지 무사히 통과한다면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통제할 시간을 벌게 된다.

방역당국은 전날 브리핑에서 "강력한 봉쇄 없이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대책, 감염병 예방수칙으로 사회를 안전하고 질서있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시험대에 올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만약 이번 선거가 코로나19 재확산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다면 우리 사회는 상당한 비용을 치르게 될 전망이다.

총선일에는 많은 사람이 투표소를 찾는다.

공휴일이다 보니 봄날을 즐기려 외출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약화 조짐이 뚜렷한 고강도 거리두기가 일시에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

당국으로서는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선거를 통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상황이 가장 우려스럽다.

현실화된다면 일상으로의 복귀 시점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

당국이 투표 후에는 곧바로 귀가하고, 불필요한 모임, 외식, 여행 등은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는 이유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코로나19를 보다 확실히 줄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고비"라면서 "국민 모두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회적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노력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