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코앞에 두고 여야가 각각 ‘180석 차지’와 ‘개헌 저지선 확보 실패’ 관측을 내놓으면서 21대 국회 여야 의석 분포에 따른 정국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여권 일각의 전망대로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 180석 이상을 차지하면 2년여 남은 정권 임기 동안 법안·예산안 처리 등 국회 운영 전반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는다. 여당이 180석에 못 미치더라도 과반 의석(151석 이상)을 확보하면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해 국회를 사실상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汎與 157석’만 돼도 모든 입법 가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180석 확보’에 성공하면 재적 의원 3분의 2(200석) 이상이 필요한 개헌만 빼면 사실상 모든 국회 안건을 단독 처리할 수 있다. 180석은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2012년 도입한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의석수다. 현행 선거법 아래에선 본회의 또는 상임위원회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야당이 반대해도 쟁점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태워 강행 처리할 수 있다. 180석이면 작년 말 민주당이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을 통과시킬 때처럼 범여 군소정당의 협조를 구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야당의 ‘합법적 저지 수단’인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도 강제로 종결시킬 수 있다.

민주당이 과반을 얻는 경우에도 21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쥐게 된다.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는 국회의장은 다수당이 맡는 게 관례다. 여기에 20대 국회 하반기 때 야당 몫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 국회의장 견제 역할을 맡는 ‘알짜’ 상임위원장 자리도 여당이 가져갈 가능성이 커진다.

민주당이 180석을 얻지 못하더라도 각 상임위에서 5분의 3 이상 의석을 확보하기만 하면 모든 법안을 패스트트랙을 통해 단독 처리할 수 있다. 이를 위한 필요 의석수는 157석이다. 작년 4월 ‘패스트트랙 사태’ 때 범여권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5분의 3 의석을 확보해 선거법·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상정했다. 범여권의 한 인사는 “180석 이상을 얻어야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는 국회법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정확히 157석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여권이 압승하면 올 하반기 출범할 예정인 공수처장 임명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 위원 7명 중 2명은 야당 몫이다. 하지만 범여권 비례정당이 제3의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야당 추천 몫이 한 명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공수처장 후보는 추천 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하는 만큼 범여권이 공수처장 임명을 좌우할 수 있게 된다.

통합당 “개헌 저지선이라도…”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3일 “이대로 가면 개헌 저지선(101석)도 위태롭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뉴스1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3일 “이대로 가면 개헌 저지선(101석)도 위태롭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뉴스1
총선 참패 위기에 휩싸인 통합당은 13일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300석의 3분의 1이 넘는 101석)이라도 지키게 해달라”고 읍소했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주말 당 자체 판세 분석을 해보고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며 “이대로 가면 개헌(저지)선도 위태롭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헌 저지선 확보에 실패해 국회가 일방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국민들이 저지해 달라”고 했다. 통합당은 지난주 자체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지역구 253석 중 85석 안팎만 건질 수 있다는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정당투표에서 15석도 건지지 못하면 통합당 전체 의석수는 100석 밑으로 떨어진다.

반면 내부적으로 승리를 확신한 민주당은 이날 ‘180석 압승론’을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수도권에 아슬아슬한 박빙 지역이 매우 많다”며 “당 자체 분석으론 121개 선거구 중 약 70곳이 경합 지역”이라고 했다. 그는 “이 박빙 지역에서 우리가 얼마나 승리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