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봄철 황사 등 미세먼지가 한국보다 덜해 평소 쓰는게 면마스크 입니다.

그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코로나19)이 퍼지자 대응 마스크 부족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소독제도 마찬가지로 이번 일을 계기로 각종 바이러스 감염에 대비하는 위생의식이 높아질 겁니다"
세계한인무역협회 상임이사로 일본 도쿄(東京)에서 항바이러스제균제를 생산하는 이명호(52) 아루센 대표는 코로나19 초창기인 2월에 중국과 재중국한국인·조선족 동포를 돕기 위해 옌타이(烟台)시에 바이러스 소독이 뛰어난 8천만원 상당의 암소이온촉매제 8t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자 한국·한글학교, 한인교회, 종교시설, 재외공관, 한인단체 등에 스프레이 타입의 자사 소독제 2천만원치를 기부했다.

그는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생 관념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일본이지만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공격에 취약한 것이 이번에 드러난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 단계 높은 살균 기능성 제품 등 위생관련 비즈니스가 앞으로 주목 받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가 각종 세균을 잡는 암소이온촉매제를 개발한 것은 15년 전이다.

일반적인 손 소독제는 알코올이 주성분이라서 피부에 도포 후 15초가 지나면 휘발성이 강한 알코올은 증발해버린다.

그는 "알코올 성분이 바이러스를 녹이는데 통상 15초면 70% 이상 소멸하지만 살아 남는 게 있어 문제"라며 "암소이온촉매의 경우 증발하지 않고 계속 작용해 1분 후 98.8%를 박멸시키며 10분 후에는 100% 소멸시키는 게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아루센은 그동안 섬유·신발 회사 등에 납품하는 기업용만 생산해왔다.

기업은 이 제품을 활용해 항바이러스 기능이 뛰어난 옷을 만들거나 신발 깔창 등에 사용해왔다.

그러다 코로나19로 개인 방역 수요가 급증하면서 휴대용 스프레이 타입을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월 4만개를 생산해 '돈키호테' 등 대형 양판점에 납품하며 중국의 의약품 공급업체와 손을 잡고 중국시장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대표는 "수요는 10만개가 넘고 있지만 당장 설비를 증설하지 못해 직원들이 철야 작업을 하며 납품한다"고 소개했다.

아루센 제품의 제균 성능과 지속성을 활용해 최근 납품받은 마스크 업체는 30번 세탁해도 바이러스 침투 방지 기능이 살아있는 마스크를 개발해 시중에 선보이기도 했다.

고교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신문 배달 근로장학생을 시작으로 대학 진학 후에도 식당 접시닦이, 공사장 인부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업을 배워 20대 중반에 창업했다.

한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기숙사 체인과 구두 위탁 가공 무역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한 때 800억원 규모로 회사를 키웠으나 과열 경쟁에 휘발리면서 사업을 접어야 했다.

남들이 다하는 비즈니스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한 그는 당시 생소했던 소독제 분야에 뛰어들었다.

대학연구소와 협업으로 2년간 제품개발에 몰두해 독보적 기술인 암소이온촉매제를 만들어냈다.

이 제품은 코마루·하스키·니치만 등 중견 신발 업체에 연간 200만 켤레분의 촉매제를 납품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대표는 "뉴커머(신정주자) 재일동포 사회를 중심으로 소독제를 기부해왔는데 코라나19가 더 악화하고 있어서 민족애 차원에서 총련계인 조선학교 등에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회사명인 아루센은 일본어로 있다는 뜻의 '아루'와 한국어로 세다는 뜻의 '센'을 합쳐서 만들었다.

일본 속의 한국인으로서 늘 활력과 기운이 넘치는 청년기업으로 남겠다는 각오에서다.

그는 "소독제를 활용해 다양한 파생상품도 만들라고 주변에서 권유하지만 혼자 독식하기보다는 여럿이 함께 성공하겠다는 게 창업할 때 먹은 마음가짐"이라며 "기술 검증이 까다로운 일본에서 기술력 하나로 우뚝 서는 강소기업이 되겠다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