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 아닌 김정은은 불참…작년 말 인사개편 후속 조치 완료
올해 예산 절반 경제에 투입…보건예산, 전년보다 7.4% 늘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도 수백명이 평양에 집결해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다.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 결과 리선권·김형준이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

작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개편된 외교라인이 국무위원에 진입한 셈이다.

올해 초 외무상으로 임명된 리선권은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쪽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이어 국무위원으로 선출되면서 외무상 임명에 따른 당연직 성격의 지위를 모두 부여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위 변동에 관심을 모았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경우 별도 언급없이 주석단에 앉은 모습이 포착돼 국무위원 자격 등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코로나속 최고인민회의…'냉면발언' 리선권 국무위원 진입(종합2보)
외교라인 외에 리병철 당 군수담당 부위원장을 비롯해 김정호(인민보안상)·김정관(인민무력상) 등도 국무위원에 진입했다.

리병철은 김정은 체제 들어 핵무기 등 무기 개발을 지휘한 핵심 인물로, 특히 작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집중 개발 및 시험 발사해온 전술무기의 '성공'이 반영된 인사다.

명확한 역할이 확인되지 않았던 김정호는 이날 노동신문에 상장 계급을 단 군복 차림의 증명사진이 실리면서 최부일 전 인민보안상의 후임으로 공식 확인됐다.

신임 인사들이 국무위원에 진입하면서 리수용(전 국제담당)·태종수(전 군수담당)·리용호(전 외무상)·최부일(전 인민보안상)·노광철(전 인민무력상)은 해임됐다.

작년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단행된 대규모 인사개편의 후속 조치가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밖에 내각 부총리로 양승호가, 자원개발상, 기계공업상, 경공업상에 각각 김철수, 김정남, 리성학이 임명됐다.

북한, 코로나속 최고인민회의…'냉면발언' 리선권 국무위원 진입(종합2보)
회의에서는 올해 국가예산안도 승인됐다.

예산안은 '자립 토대와 국가방위력 강화를 위한 정면돌파전'을 뒷받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재에 맞서 '경제 정면돌파전'을 이어나가겠다고 재확인한 셈이다.

특히 전체 예산지출의 절반에 가까운 47.8%는 경제건설에 투입한다.

국방 예산 비중은 전체의 15.9%로 편성했다.

부문별 예산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올해 보건 부문 예산이 전년보다 7.4% 증가했다.

금속과 전력, 경공업, 농업, 수산업 등에 대한 예산은 전년 대비 총 7.2%, 과학기술부문 9.5%, 교육부문 5.1% 늘렸다.

회의에서는 원격교육법이 채택됐다고 전했는데, 인재양성을 위해 과학교육을 중시하고 있는 조치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아울러 제재에 맞서 내부 가용자원을 총동원하자고 독려하고 있는 가운데 재활용 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재자원화법도 채택했다.

북한, 코로나속 최고인민회의…'냉면발언' 리선권 국무위원 진입(종합2보)
북한은 앞서 11일 김정은 위원장 주재로 실질적 의사결정 기구인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주요 안건을 사전에 논의한 뒤 대의기구 격인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확정했다.

김 국무위원장은 대의원이 아니어서 최고인민회의에는 불참했다.

북한 매체가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회의에는 전체 대의원 680여명 중 대다수가 참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공개된 사진만 토대로 보면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서도 사실상 전원이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다만 대의원들이 통상 회의 하루나 이틀 전 진행하던 김일성·김정일 동상 참배 등의 외부 일정은 회의 당일 한꺼번에 소화하는 방식으로 일정이 축소됐다.

한편, 지난 2월 말 '현직에서 해임했다'고 호명된 리만건은 정치국 회의에 이어 최고인민회의에 주석단에 착석한 모습이 확인돼 조직지도부장 보직에서만 해임된 채 정치국 위원, 국무위원 자격 등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 코로나속 최고인민회의…'냉면발언' 리선권 국무위원 진입(종합2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