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의 코로나19 병동(사진=연합뉴스)
중국 우한의 코로나19 병동(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체 내 면역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와 미국 뉴욕의 과학자들로 이뤄진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의학 전문지 '세포분자 면역학'(Celluar & Molecular Immunology)에 발표했다.

논문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실험실에서 배양된 T세포를 결합하는 실험을 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T세포에 침투해 인체를 보호하는 T세포의 기능을 마비시켰다고 전했다. T세포는 인체에 침투한 병원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면역 세포의 일종이다. T세포가 줄어들수록 사망 위험은 더 커진다.

코로나19가 에이즈 바이러스(HIV)처럼 인체의 면역체계를 공격한다는 일선 의료진의 관찰 결과와 통하는 내용이다. 2003년에 대유행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T세포에 침투하는 능력은 없었다.

일부 코로나19 중환자는 면역 작용이 과다하게 이뤄져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사이토킨 폭풍' 증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망자를 부검한 다른 연구에서는 20여 건의 사례에서 면역 체계가 철저하게 파괴된 것을 발견했다. 이들의 내부 장기 손상은 사스나 에이즈와 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위안궈융(袁國勇) 홍콩대 미생물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의학 전문지 임상 전염병 저널(Journal Clinical Infectious Diseases)에 "코로나19의 바이러스 생성 능력이 사스보다 훨씬 강하다"는 연구결과를 논문에 실었다.

논문에 따르면 6명의 코로나19 환자의 폐에서 떼어낸 조직을 연구해 보니, 코로나19는 48시간 이내에 바이러스 입자를 사스보다 3.2배나 더 많이 생성했다. 연구팀은 "사스는 48시간 이내에 10∼20배의 자기 복제를 했지만, 코로나19는 일부 사례에서 100배의 자기 복제를 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인체의 면역반응과 염증 유발에서는 코로나19가 사스보다 느리다고 덧붙였다.

논문은 "코로나19가 인체 내에서 마치 닌자처럼 은밀하게 자기 복제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스보다 자기 복제 능력은 훨씬 강하지만 염증 유발은 매우 적기 때문에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가 많을 수 있디"고 전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