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고구려 사신 그려진 우즈베키스탄 궁전벽화 분석 마무리
"고대 한국인, 중앙아시아에서 활동한 사실 보여줘"
아프로시압 벽화 비밀, 한국 문화재 보존과학이 풀다(종합)
고구려 사절단 모습을 그린 우즈베키스탄 아프로시압 박물관 소장 궁전벽화에 대한 비밀이 우리나라 문화재 보존과학에 의해 풀렸다.

문화재청은 우즈베키스탄 아프로시압 박물관 소장 궁전벽화의 보존·관리 상태에 대한 현지 조사를 마치고, 벽화 파편 11점을 지난해 12월 국내로 들여와 최근 과학적 분석을 마무리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 결과 벽화 시료 모든 바탕에는 석고가 사용됐고, 청색 안료의 경우 청금석, 적색 안료에는 주토가 사용됐으며, 특히 흑색은 먹을 사용한 우리나라 전통 기법과 달리 납을 함유한 광물성 안료를 사용해 채색했다는 점이 새롭게 밝혀졌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 서민석 연구관은 10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모두 흑색 안료로 먹을 사용하는데, 중앙아시아에서는 납을 함유해 검은색을 띠는 광석이 나와 그것을 안료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흑색 안료의 차이점은 앞으로 중앙아시아와 한반도 간 벽화 제작기술과 안료의 유통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열분석 결과 벽화 표면 물질이 아크릴 계열 수지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서민석 연구관은 "구소련 시절인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초반 채색층 표면에 합성수지 재료를 사용해 보존 관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이번 벽화 시편 분석연구는 고대 중앙아시아 채색 안료의 재료적 특성 등 기초자료를 확보해 현지 벽화 보존을 위한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프로시압 벽화 비밀, 한국 문화재 보존과학이 풀다(종합)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국내로 들여온 벽화 파편에 대한 전자현미경 분석, X선 형광분석·회절분석, 열분석 등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벽화 제작기법과 채색 안료의 성분, 광물 조성, 과거 보존처리에 사용된 재료 등을 확인했다.

이 궁전벽화는 우즈베키스탄의 대표적인 역사·문화 유적지인 사마르칸트 지역에 있는 아프로시압 박물관에 소장된 것으로, 벽화에는 7세기 바르후만왕 즉위식에 참석한 고구려와 티베트, 당나라 등 외국 사절단 모습이 그려져 있다.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순방 때 아프로시압 박물관을 방문해 이 벽화에 담긴 고구려 사신의 모습을 살펴보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당시 우즈베키스탄 문화부·과학아카데미와 문화유산 분야 상호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궁전벽화 보존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상세한 분석 결과는 3개 언어(한국어, 영어, 러시아어)로 정리한 책자로 제작해 앞으로 양국 간 심화 연구, 벽화 보존을 위한 교육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아프로시압 벽화 비밀, 한국 문화재 보존과학이 풀다(종합)
문화재청은 "아프로시압 박물관 궁전벽화가 고대 한국인이 중국을 넘어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인 만큼 이번에 도출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벽화 보존처리 설명서 제작과 국제 학술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공적개발사업(ODA)을 통한 사마르칸트 지역 박물관과 보존처리실 개선, 보존처리 전문가 기술 연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지원을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