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국가, 위기맞아 부끄러운 민낯 드러내"
이란 최고지도자 "라마단 합동기도·저녁모임 금지할 수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올해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에는 합동기도나 저녁모임 등을 금지할 수도 있다고 9일 밝혔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시아파의 12번째 이맘인 이맘 마흐디 탄신일을 맞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올해 라마단에는 기도, 연설, 저녁 식사 등 모임을 빼앗길 수 있다"라며 "하지만 집에 있어도 기도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라고 연설했다.

라마단 금식은 무슬림이 지켜야 하는 이슬람의 5개 기둥(의무) 중 하나다.

올해에는 이달 23일께 시작한다.

라마단은 이슬람력(曆)으로 아홉번째 달로, 이 기간에 무슬림은 일출부터 일몰 때까지 식사를 하면 안 되고 물도 마실 수 없다.

식욕이라는 본능적인 욕구를 자제함으로써 금욕을 실천하고 스스로 결핍을 체험해 불우한 이웃을 돌아보기 위해서다.

이 기간에 주간에는 금식하지만 해가 진 뒤에는 가족과 가까운 지인을 초청해 '이프타르'라는 저녁을 함께 먹는 등 밤엔 오히려 교류가 활발하다.

금식이 끝나는 일몰 시간이 되면 저녁을 먹기 전 이슬람 사원(모스크)에 모여 기도하는 무슬림도 많다.

자선을 실천하는 기간인 만큼 부유층이나 종교 재단에서 무료로 저녁 식사를 나눠주기도 하는데 이때 사람이 한곳에 많이 모인다.

앞서 이란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영묘, 곰의 파티마 마수메 영묘 등 성지 순례객이 많이 모이는 종교 시설 4곳을 폐쇄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또 이날 연설에서 "코로나19는 전 세계 정부를 시험에 빠뜨렸다"라며 "이란은 의료 체계와 의료인의 헌신 덕분이 이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서방 문명국이라는 곳은 이번 위기 속에 그들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라며 "다른 나라의 마스크를 가로채고 가게는 사재기로 텅 비었으며 화장지를 놓고 시민끼리 싸우고 총질을 했다"라고 비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라마단 합동기도·저녁모임 금지할 수도"
/연합뉴스